막말 정당이 아닌 대안 정당을 기대한다
막말 정당이 아닌 대안 정당을 기대한다
  • 승인 2019.06.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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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 변호사
전 대구고등법원 판사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이 모인 연석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야만성에는 몸서리가 쳐지지만, 그런 야만성·불법성·비인간성을 뺀다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북 국무위 대미특별대표 김혁철 처형설’을 거론하며 ‘신상필벌’이라고 규정한 뒤, 우리 외교·안보 진용을 감싸면서 경질하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보다 신상필벌을 하는 김 위원장이 낫다고 했다. 아직 사실 확인도 안 된 내용을 사실로 전제한 것부터가 잘못이지만, 설령 외교관을 ‘처형’한 게 사실이라면, 그것이 어찌 신상필벌이며 문 대통령보다 나은 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날 민경욱 대변인은 자기 페이스북에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란 글을 올렸다.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직후 “가용할 수 있는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헝가리 측과 협력하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도”라고 지시한 문 대통령을 겨냥한 글이다. 도대체 민 대변인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국민이 사고로 생사가 확인이 안 된 안타까운 상황에서 제1야당의 대변인이 하는 말이 우리 정치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서글퍼집니다.

6월 3일에는 한선교 사무총장이 최고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황교안 대표를 취재하기 위하여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걸레질을 하는구만, 아주 걸레질을 해’라고 하면서 막말 퍼레이드에 가세하였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주 발표한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39%, 자유한국당은 22%였습니다. 이렇게 정당 지지율이 벌어지는 이유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자유한국당에 그 책임이 더 크다는 심리적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정치 불신과 국가 정체의 근본적 원인은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쪽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객관적입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헛발질로 그 책임이 고스란히 자유한국당에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이럴 때 일수록 국회의 본분에 맞게 정부를 견제하면서도 국회 운영을 정상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입니다. 대안을 제시할 때입니다.

우리가 민주당을 심판하고 싶어도 대안이 없다는 현실을 한탄하고 있습니다. 막말로 극단적 지지층만을 보지 말고 건전한 보통 국민을 보고 정치하기 바랍니다.

최근 황교안 대표가 중도층을 아우르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표방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이러한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의 방향 설정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서의 자유한국당 공천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신상직 신정치특별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뿌리는 공천 후유증인 많았던 2016년 20대 총선”이라고 하면서 “총선에서 현역 교체 비율이 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큰 틀에서 타당한 방침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총선에서 친박을 내세워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면서까지 특정 인사들의 입김에 따라 공천이 좌지우지되고, 이에 반발하여 당 대표가 직인을 들고 도주하는 사실상 코미디가 벌어졌던 것이 국민들이 결정적으로 박근혜 정권에 반기를 든 전환점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당선된 친박들은 자신들을 국회의원 시켜 준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되어도 단 한 명도 사퇴하거나 정치적 책임을 진 적이 없습니다.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새로운 자유한국당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에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스스로 용퇴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보수가 극단이 아니라 보통을 대변하는 정상적인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용퇴하지 아니하면 다음 선거에는 후보자로 나설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밀실 공천이 아닌 민주적인 공천이 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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