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도 친구처럼
정치판도 친구처럼
  • 승인 2019.06.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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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성향이 매우 다른 두 친구가 있다. 한 친구는 민첩하고, 쾌활하며, 저돌적인 면이 있다. 그에 비해 다른 친구는 신중하고, 차분하며, 쉽게 행동을 하지 않는 편이다.

같은 일을 놓고도 접근방법이 다르다. 초행길을 걷는 여행지에서 갈림길을 만났을 때, 앞의 친구는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해결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뒤의 친구는 지도와 인터넷 검색 등 위치와 방향을 확인하며, 자료를 근거로 움직인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또한 판이하다. 앞의 친구는 상냥하고 친절해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은 반면 뒤의 친구는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밋밋하여 재미는 없으나 침착해서 믿음이 간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악기로 말하자면, 앞의 친구가 통통 튀는 바이올린과 같다면 뒤의 친구는 충분히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좌중을 압도하는 심벌즈라고 할까. 음식으로 치면, 앞의 친구가 팔팔 끓는 물에 급하게 삶아낸 라면이라면 뒤의 친구는 중불에 은근하게 우려낸 곰탕이요. 앞의 친구가 신선하고 새콤달콤한 겉절이라면 뒤의 친구는 곰삭은 묵은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싶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따질 수도, 점수를 매길 수도 없다. 생각과 취향이 다르니, 살아가는 방법과 길이 다를 수밖에. 그러나 다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성이 비슷하고, 친구와 여행과 커피를 좋아하며, 하루 2만 보 이상의 거리를 며칠씩 거뜬히 걸을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다행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친구가 예순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주위에서 부러워할 정도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서로 인정하고 양보하는 여유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의견충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로 풀고, 보완하며, 듣기 불편한 충고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기본이다.

이쯤에서 날이 갈수록 배배 꼬이고, 어수선한 우리의 정치적 현실과 비교를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정치가 싫어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괜히 입맛이 쓰고,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TV를 보다가도 뉴스가 나오면 아예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릴 정도라니, 이렇게 답답한 일이 있을까.

기초생활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줄어들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판에서는 상대방의 말 한 마디, 단어 하나에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고, 자신들의 주장에만 목소리를 높이며 아까운 시간과 혈세를 낭비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물과 기름처럼 서로 외면하고, 손가락질하며, 타협할 줄 모르는 정치인들. 그들이 가끔씩이라도 선거운동 때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어떤 반응이 나타날까. 네거리 한가운데서 만면의 미소를 띠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손을 흔들었으며, 지나가는 행인 한 사람이라도 놓치지 않고 악수를 하려고 허리를 구부렸다. 손수 연탄배달을 하고, 무료급식소에서 앞치마를 둘렀으며, 냄새나는 쓰레기차에 올라서서도 기꺼이 웃었다.

화장실 갈 때 마음과 올 때 마음이 다른 것이 인지상정이라지만 달라도 너무 달라져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목청을 돋우고, 물러설 줄 모르며,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시대와 정권에 따라 좌우가 바뀌고, 보수와 진보의 입장도 달라진다. 안 되는 일은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와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만약 명분이나 염치 때문에 내려놓기가 어렵다면, 하루속히 그 자리를 떠나는 길밖에 없다.

문화와 예술,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한류 바람이 한창인데, 유독 뒤떨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낡고 어지러운 정치판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협의회나 연합회 등 직능단체들은 차기 비례대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니, 도대체 그 자리에 달콤한 무엇이 숨어있기에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비록 성향은 다르지만 서로 인정하는 여유를 지닌 친구처럼, 여·야 정치인들이 공통점을 찾아 화해할 수는 없는지. 누구를 위한 또는 무엇을 위한 일인지 기본을 돌아보면, 꽁꽁 묶인 매듭이 조금씩 풀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 공연한 헛물을 켜는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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