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폭력의 근원을 없애야
<대구논단>폭력의 근원을 없애야
  • 승인 2010.03.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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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힘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다보면 언제나 무리가 따른다. 세상만사가 모두 그렇다. 정치판에서 힘을 가졌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 힘만으로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무리수가 생겼는지 지나간 다음에야 알게 된다. 국가 간의 전쟁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결국 힘으로 상대 국가를 굴복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것은 사회에서나 개인 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인의 힘은 바로 폭력이다.

개인적인 폭력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측면을 보면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커다란 멍에임을 알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폭력은 소위 조직 폭력을 들 수 있다. 패거리를 만들어 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행인들을 위협하는 것은 극히 기본적인 폭력행위에 불과하다. 조직적으로 범죄 집단을 구성하고 사회 각계각층에 파고들어 압력을 행사하는 정도에 이르면 이른바 `조폭’에 입문한 셈이다.

조폭의 사회적 영향력은 나름대로 무시하지 못할 만큼 크다. 국가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는 아무데도 없겠지만 그 틈새를 교묘히 이용하여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조폭들은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존재한다. 마피아, 야쿠샤들이 설치는 나라에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를 주름잡는 나라들이 즐비하다. 국력과 조폭의 힘은 비례한다. 먹을 것이 많은 나라래야 조폭들의 수입도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적으로도 힘을 뻗친다. 정기적으로 정치자금을 대주는 정치인도 있고, 약점을 틀어쥐고 협박 공갈로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용팔이 사건으로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정치집회를 그들의 도움으로 치른 사례도 없지 않다. 이들이 폭력을 무기로 이권에 개입하는 수도 있고, 유흥업소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면서 그들만의 규약인 `나와바리’를 구축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간혹 신문지면을 더럽히는 일이지만 소위 자기지역을 침범한 다른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서 회칼을 사용하여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른 폭력배를 응징한다고 종합병원 전체를 위협한 일도 부지기수다. 이들의 밑바탕에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젊은 사람들도 끼어 있겠지만 대부분 운동과는 아무 관계없는 사회 불평불만 분자들이 많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보상책으로 조폭에 가담한다.

따뜻한 가정을 잃고 살았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부모의 사랑을 보상해줄 대상을 원한다. 그러나 사회는 냉혹하다. 그들을 반갑게 맞이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소외된 사람들을 유혹하는 손길에 범죄조직이 있다. 여기에 한번 발을 디디게 되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 보스가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라 하지 않으면 언제 어떤 고통을 당할지 장담할 수 없는 세계이기에 무조건 복종이 그들의 철칙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돈과 힘이다. 여자가 곁들인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곁가지다. 요즘은 아예 여성들의 조폭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중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여기에 물들고 있어 뿌리가 깊다. 학교폭력의 시발도 이들이 선도(先導)했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그 뿌리를 뽑아낼 방법이 없다. 무작정 학교에서 제적이나 시킨다고 학교폭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스스로 개과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인데 말로는 쉽게 하지만 대단히 어렵다.

경찰력으로 이를 소탕한다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과거의 깡패 개념이라면 5.16직후에 군인들이 했던 것처럼 거리에 조리를 돌리고 사형을 시키면 일시적인 효과를 봤다. 그러나 지금은 폭력배의 양상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그들은 이미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상당한 사업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사회사업가로 변신하여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치세력이나 경찰 또는 검찰까지도 그들은 손을 뻗치고 있어 자신들의 보호망을 둘러치고 있는 셈이다. 국가의 공권력은 이들을 퇴치하기 위해서 엄중한 법의 이름으로 응징을 가하기도 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서 종교적인 설득에 나서기도 한다. 이런저런 방법이 백약무효는 아니다. 그들 중에서도 스스로 더 이상 그런 생활을 지속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과감히 뛰쳐나오는 사람도 있다.

이때 그들을 감싸고 보호해줘야 하는 책임은 국가와 사회에 있다. 그들의 회개와 참회는 백 마디 말보다 가치가 있다. 폭력배의 양산책임이 어차피 사회에 있다는 것은 앞서 지적한 바이지만 원죄를 안고 있는 사회가 그들을 선도(善導)하는 책임까지 져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범죄소굴에서 빠져나온 그들에게 어린 학생들이 나쁜 길로 들어서는 것을 경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회를 밝고 명랑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는 천 길 낭떠러지에서라도 그들을 건져내야만 한다. 그것이 폭력의 근원을 없애는 가장 원초적인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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