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를 대하는 현명한 자세
곰팡이를 대하는 현명한 자세
  • 승인 2019.06.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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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곰팡이가 잘 자라는 환경이 따로 있다. 습하고 어둡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환경은 곰팡이가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그런 환경에서 곰팡이는 잘 자란다. 그렇다면 곰팡이가 피었다면 곰팡이에게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곰팡이를 잘 자라게 하는 환경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곰팡이가 자랄 수 없게 하려면 환기를 자주 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햇볕도 잘 들게 해줘야 한다. 그러면 곰팡이는 자라고 싶어도 자랄 수 없다. 쾌적하고 밝은 환경이 곰팡이가 자라는 걸 도와주기 않기 때문이다. 곰팡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면 곰팡이를 잘 자라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말아야 한다.

한 여성분이 밤늦은 11시경에 문자가 왔다. “교수님. 밤늦게 죄송하지만 통화가 괜찮으면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하고 메시지로 묻는 물음에 경험적으로 절박한 상황이구나 하는 걸 알았다. 이 늦은 시간에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분명 그에게는 큰일인 듯했다. “네. 괜찮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내고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렇게 시작된 통화는 새벽을 넘어 새벽 2시 가까이 되어 끝이 났다.

그녀는 가까운 사람의 고쳐지지 않은 오래된 나쁜 습관 때문에 힘들다고 하였다. 힘듦과, 신세한탄이 섞인 전화기 너머 그녀의 목소리에 “ 바쁜데 내일 통화하면 안 될까요?”라는 얘기를 차마 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그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누군가는 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보에 고여 있던 물이 터져 나오듯 그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중간에 스톱하지 않으면 날을 샐 것 같았다. 쌓이긴 많이 쌓인 모양이었다.

말의 요지는 이러했다. 그녀는 그의 가족의 반복되는 나쁜 행동에 너무 지쳤고 실망했다고 한다. 들어보니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 그녀에게서 가족의 문제 행동에 대처하는 일관된 반응 패턴이 보였다. 그것은 ‘회피’였다. 회피는 문제 행동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행동을 더 키우는 환경으로 작용했다.

가령, 곰팡이가 피는 곳이 있다면 표시해두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곰팡이가 피는 것을 확인하는 즉시 빨리 환기를 시키든지, 햇볕을 들게 하면 곰팡이는 더 자라기 힘들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환경을 바꾸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가족이 잘못을 할 때마다 회피로 일관했다. 문제가 생기고 문제가 발생하면 늘 회피해 왔었다. 그 상황을 무시해 버렸고, 모른 체 해 버렸다. 그 반응이 늘 반복되었다. 반복되는 잘못이 다시 보일 때 빨리 조치를 취했어야 되었는데 ‘어디 두고 보자’ 하는 식으로 그녀는 바라만 보고, 혹은 외면한 채 상황을 방치해두었다. 그러다가 결국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이 되었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개입을 했다. 비유하자면 곰팡이가 많이 번진 후였다. 벽지는 떨어져 너덜너덜 해졌고 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난 후에라야 언제나 그녀는 개입을 했다.

물론 가장 큰 잘못은 그의 가족에게 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이 그 행동을 고치지 않고 계속 지속시키도록 하는 환경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녀의 가족이 어떤 환경에서 문제행동을 더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환경을 제거해 줘야 할 책임도 있다. ‘어디 한번 보자. 요번에도 곰팡이가 피나 한번 보자’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싹을 애초에 끊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그녀가 해야 할 반응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늘 같은 회피라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러고는 늘 곰팡이를 탓해왔던 것이다. 그게 30년이었다.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 사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상호 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 보다는 그 사람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상대방 탓, 운명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도 우리들의 몫이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그랬다. 환경이 아무리 척박한 땅에 놓여 졌더라도 그 땅을 비옥한 옥토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인간이고, 황무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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