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골댁 할매
안골댁 할매
  • 승인 2019.06.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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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면 오매실 마을에 시집와

이제 칠십 너머 산 안골댁 할매

그 지난날 하늘이 무너져도

여태껏 살아야 했던 까닭은

올망졸망 아들 넷 때문이었으리라.



농부의 아내가 되었다가

농부로 온 생을 살아야했던

恨이 봉화산인 여자 삶.



모내기 수 십 년에 견딜 재간 있는가.

여린 허리는 직각이 되고

김매기 또 수 십 년 마디마디에

퇴락한 훈장처럼 고통이 머문다.



침침한 눈에 자꾸 백태가 끼는 건

필시 눈병이 아닐 것이다.

울어도 울어도 퍼 올리지 못한

모정의 눈물이 심장 깊은 곳에서

사리되어 발산되는 것이리.



안골댁 할매 장날마다 읍 가는

걸음걸음에는 설움이 질척거린다.

삼십년 전 새마을 만든다고

산골마다 시멘트 포장할 적에

젊은 과부에겐 굳은 신앙이던

장남은 경운기에 깔려

허리가 분질러졌다.



그날 하늘을 받치던

큰 기둥이 함께 부러졌다.



이 번 장날에도 할매는

병원쇼핑을 간다.

쪼그라든 육신이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하여

다니는 병원이라지만 그건

핑계이리라.



시골 의사는



미처 심의心醫에 미치지 못하여

心中의 생채기는 알아주지 못한다.



삼일 치 처방받는 약봉지는

바람 앞 촛불 같은 생을 이어주는

플라시보 효과다.



이젠 천명이 다해

上帝님이 부를 것도 같지만

아직 거부해야하는 까닭은

단 한가지리.



부처님의 기적이면 어떠리.

예수님의 기적이면 어떠리.



우리 장남

갓 돌 지난 아이처럼 걸어도 좋으니

그거 보면 오늘 당장 죽어도 좋다 한다.








◇김연창=1964년 경북 상주출생. 시인 및 생태운동가,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역임. 경남 함양 녹색대학 교수역임. 낙동강문학 심사위원.



<해설> 본문 중, 심의와 심중이라는 말이 매력적이다. 보이는 것을 치료하는 것은 그나마 쉽다. 하지만 병증의 근원인 심중을 헤아려 치료 한다는 것은 그만한 경륜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기적이라는 것은 신이 부여하는 선물이 아니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 속 에너지의 파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네 어머니는 그렇게 살아왔다. 자식사랑에 대한 에너지의 파동을 뜨겁게 태우며. 안골댁 할매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늘 우리 주변에 있는 이웃이다. 가끔 심중에 있을 그녀의 상처를 만져주는 혜안을 길러보자. -김부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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