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드', 접점없는 두 남자의 편견을 뛰어넘은 우정
'업사이드', 접점없는 두 남자의 편견을 뛰어넘은 우정
  • 배수경
  • 승인 2019.06.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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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리메이크작으로 돌아온 두 영화 ①

널리 알려진 작품의 리메이크는 오리지널 원작보다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많다. 최근 개봉한 두 편의 영화는 어떨까?

지난 2013년 개봉 후 칠레 배우 폴리나 가르시아에게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글로리아’와 2012년 국내 개봉 당시 평점 9점을 넘으며 호평을 받았던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이 헐리우드판 리메이크작으로 돌아왔다. 두 편 모두 전작에 충실하면서 배경만 살짝 바꾸는 정도로 안전한 길을 택한 감이 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귀에 익은 영화음악만으로도 충분히 후회없는 선택이 될 듯 하다.  (관련기사 참고)
 

 

업사이드-칼라
델의 거리낌없는 태도는 삶에 대한 의욕이 없던 필립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

 

실화 바탕인 원작 틀 가져와
배경·배역 직업 등 미미한 변화

전신마비 환자·외면받는 전과자
동정보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서로 다른 두 인물의 유쾌한 우정

네순 도르마·여자의 마음 등
유명 아리아 듣는 재미까지

굉음을 내며 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카 뒤를 경찰차가 뒤따른다. 차 안에는 위급상황으로 보이는 한 남자와 운전기사가 앉아있다. 급하게 응급실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자동차 질주는 시작된다. 이야기는 그로부터 6개월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업사이드’는 2012년작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의 리메이크작으로 원작이 갖고 있는 틀을 그대로 가져왔다.

프랑스의 대저택이 뉴욕의 펜트하우스로 바뀌고 필립이 교수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컨설턴트이자 작가로, ‘델’은 많은 동생을 돌보는 형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바뀌는 등 변화를 주고자 했지만 그 정도는 미미하다. 원작에서는 큰 비중이 없던 비서 역으로 니콜 키드만을 기용하고도 그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로 머물게 한 점도 아쉽다.

‘업사이드’는 엄청난 부를 지니고 있지만 머리 아래는 전혀 쓸 수 없는 전신마비의 필립(브라이언 크랜스톤)과 신체는 건강하지만 전과자이며 가족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 델(케빈 아트)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원작 개봉 당시 알려진 바와 같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 지위부터 살아온 환경, 피부색까지 어느것 하나 비슷한게 없는 두 사람의 다름이 빚어내는 에피소드들이 영화를 우울하고 슬프게 끌고 가지 않고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만들어 간다.

편견의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라는 뜻이다.

전신마비를 가진 사람은 당연히 불행하고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전과자는 부자들이 사는 세상에는 발을 들여서는 안된다는 생각들도 모두 편견이다. “서로 판단하지 말죠”라는 델의 말은 어쩌면 편견에 대한 경고다.

처음에는 최악의 후보라서 선택되었던 델, 그렇지만 그의 거리낌 없는 태도는 삶에 대한 의욕이 없던 필립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고 다가서는 마음이 결국에는 두 사람을 누구보다도 끈끈하게 이어주게 된다.

‘업사이드’ 역시 ‘글로리아 벨’과 마찬가지로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평상시 필립이 주로 듣는 음악들은 ‘네순 도르마’, ‘카스타 디바’,‘여자의 마음’ 등 잘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다. 델이 처음 오페라를 관람하며 듣는 ‘밤의 여왕 아리아’는 델의 마음뿐 아니라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원작에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했던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리메이크작에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오페라 아리아를 시끄럽게 여기던 델이 서서히 그 음악을 즐기게 되는 모습도 재미있다.

영화의 마지막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이 부른 ‘네순 도르마’(Nesun Dorma)는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오페라와 소울의 만남은 필립과 델의 만남처럼 낯설지만 의외로 잘 어우러진다. 빈체로(vincero), ‘나는 이길 것이다’ 라는 가사처럼 그들은 그들을 둘러싼 편견들과 싸워 이겨낸 사람들이다.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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