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 벨', 나이가 들어도 헤매는 것이 인생
'글로리아 벨', 나이가 들어도 헤매는 것이 인생
  • 배수경
  • 승인 2019.06.13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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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리메이크작으로 돌아온 두 영화 ②

널리 알려진 작품의 리메이크는 오리지널 원작보다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많다. 최근 개봉한 두 편의 영화는 어떨까?

지난 2013년 개봉 후 칠레 배우 폴리나 가르시아에게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글로리아’와 2012년 국내 개봉 당시 평점 9점을 넘으며 호평을 받았던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이 헐리우드판 리메이크작으로 돌아왔다. 두 편 모두 전작에 충실하면서 배경만 살짝 바꾸는 정도로 안전한 길을 택한 감이 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귀에 익은 영화음악만으로도 충분히 후회없는 선택이 될 듯 하다. (관련기사 참고)

 

글로리아에게 춤은 숨구멍이다.
글로리아에게 춤은 숨구멍이다.

 

원작과 같은 감독이 메가폰

배우 스타일·대사까지 비슷

50대 이혼녀의 현실과 사랑
중년 여성의 고독·이별 과정
잔잔히 그려내며 공감 이끌어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청춘의 한 시절, 온갖 고민들로 앞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일컬었던 공자의 말씀을 떠올리며 그 나이쯤 되면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은 없을거라며 얼른 나이가 들어가기를 기다렸던 때가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깨닫게 된다. 몸은 나이가 들지만 마음은 그대로이고, 나이가 들면 또 새로운 고민들이 무겁게 덮쳐온다는 것을. ‘하늘의 명을 알게된다’는 쉰이면 달라질까? 50대의 이혼녀 글로리아(줄리언 무어)의 삶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두 남매의 엄마이면서 딸, 그리고 워킹우먼인 그녀는 퇴근 후면 클럽에서 춤 추는 걸 즐긴다. ‘이 세상 종말이 온다면 춤을 추며 받아들이겠다’는 글로리아에게 춤은 일종의 숨구멍이다. 잠깐 숨통을 틔우고 나면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외로움과 마주한다. 초대하지도 않은 사막고양이는 자꾸만 집을 찾아들고 위층의 남자는 매일 밤 시끄러운 폭언을 내뱉으며 그녀의 조용한 밤을 방해한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이혼한지 1년이 된 남자 아놀드(존 터투로)는 그녀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이혼한지 10년이 넘었고 아들과 딸은 이미 독립을 한 그녀와는 달리 아놀드는 여전히 두 딸과 전처에게서 자유롭지가 않다. 서로 다른 가치관의 남녀가 만나 새로운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영화 ‘글로리아 벨’은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이 2013년 칠레의 산티아고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글로리아’의 리메이크작이다. 특이하게도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감독이 같다. 장소가 칠레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뿐 배우들의 스타일부터, 기본적인 설정, 주요 대사까지 원작과 너무 닮아있어 ‘이럴거면 구태여 왜 리메이크를 했나’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은 물론 베니스, 칸, 베를린 등 3대 국제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쓴 연기파 배우 줄리언 무어의 존재감만으로도 리메이크작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줄리언 무어는 싱글인 중년여성의 고독, 그리고 사랑과 쓰린 이별의 과정을 감정의 폭발없이도 잔잔하게 그려내며 공감을 끌어낸다.

 

그녀가 운전하며 즐겨 부르는
추억의 7080팝… 또 다른 묘미

글로리아는 운전하면서 노래부르는 것도 즐긴다. 글로리아가 부르는 노래들은 그녀의 감정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중년의 관객이라면 폴 매카트니의 ‘노 모어 론리 나이트(No More Lonely Night)’, 보니 타일러의 ‘토탈 이클립스 오브 더 하트(Total Eclipse of the Heart)’, 올리비어 뉴튼 존의 ‘어 리틀 모어 러브(A little More Love)’ 등 귀에 익은 7080 팝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그녀의 입을 통해 혹은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에 소리죽여 따라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장 압권은 역시 영화의 마지막에 울려퍼지는 로라 브래니건의 ‘글로리아’(Gloria)다. 사랑이 끝났지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글로리아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은 자유로움이다. 어쩌면 그녀도 깨달았을 것이다. 결국 삶이란 혼자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글로리아의 엄마와 딸의 말을 빌자면 ‘인생은 화살처럼 순식간에 지나가’고 ‘우리도 내일 죽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린 지금 뭘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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