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새로운 먹거리, 한방 산업
대구의 새로운 먹거리, 한방 산업
  • 승인 2019.06.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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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경북대 초빙 교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대구의 미래 먹거리에 대해 걱정이 많다. 물 산업,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가 제시된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트램건설등 하드웨어 사업도 거론된다. 이런 분야에 대구가 과연 경쟁력이 있느냐 하는 근본적 의문이 든다. 또 하드웨어 중심의 경제 살리기가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다. 지역에 경쟁력 기반을 가지면서 중장기적으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알맞는 미래 먹거리가 필요하다. 며칠 전 대구 중심가에 자리잡은 약전 골목을 둘러보았다. 진하게 풍겨오는 한약재 냄새가 정겨웠다. 그러나 한방 골목을 하나둘씩 잠식해가는 외국 상표의 커피숍이나 대중 식당을 보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조선시대 효종때부터 내려오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 약령시장이다. 영남의 정치와 경제를 주무르는데도 한몫 한 약령 시장이다. 활력이 떨어지고 점차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한방 공간을 보는 마음은 허전했다. 약령시장의 전통을 살리고 약전골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대구의 미래 먹거리로 한방 산업을 제시한다. 여러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방 소재의 주요 생산지가 가까이 있는 경상 북도이다. 한방 약재의 소비패턴이 기능성과 건강, 장수를 강조하는 추세로 간다.또 지역에 각종 연구기관과 인력자원이 풍부하여 산업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구를 둘러싼 경상북도가 천궁, 당귀, 작약 등 약용작물의 주요 생산지이다. 약용작물 전국 생산량 7만 톤 중 경상북도가 2만 6천톤을 생산한다. 전국 생산량의 약 37%를 차지한다. 약용작물 3만 7천 재배농가 중 8천 호가 경상북도 재배농가이다. 경북의 약용작물 생산액은 2,526억원으로 전국의 45% 를 차지한다. 영주의 하수오, 문경의 오미자, 영양의 천궁이나 당귀, 풍기의 인삼 등 경상북도는 시군마다 특색있는 한약재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생산 뿐만 아니라 효능도 우수하다. 경북 북부지역의 약용작물은 수입 산에 비해 효능이 열배 이상 높다고 알려진다. 생산량과 품질, 효능에서 경쟁력을 가진 약용작물을 대구에서 잘 발전시켜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가 융합하는 시대이다. 과학과 기술을 융복합하면 전통 산업은 새로운 첨단 산업으로 변모한다. 대구 약령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약용작물을 생산해서 비싸게 팔자는 인식을 넘어서고, 여름철 더위나 겨울철 추위를 극복하는 보양 중심의 먹거리 소재라는 생각을 탈피해야 한다. 기능성 식품, 건강 보조식품, 약품 소재는 물론 첨단 신소재 산업으로 변모시키자. 가공, 신소재 개발, 수출에 역점을 두고 지역 특화산업으로 만들자. 우수한 인력을 투입하고 연구개발을 확대하자. 포장, 디자인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자.일년에 한번 열리는 한방 축제에 그치지 말자. 스위스 파마톤사는 인삼 사포닌의 함량을 규격화하여 진사나(Ginsana)란 제품생산으로 연간 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방산업을 문화행사, 학술행사 등과 병행하여 개최하자.

동양 최고의 영약으로 취급되는 고려 인삼의 유용성은 잘 알려져 있다. 피로회복, 면역력 증강, 혈류개선, 기억력 개선, 뇌세포 보호 등의 효과가 있다. 과학적인 입증이 관건이다. 인삼의 효능을 증명하는 과학적 연구결과와 포장, 디자인 기술이 가미되면 세계적 상품이 될 것이다. 누에도 마찬가지이다. 누에의 활용 영역은 비단 옷을 만드는 잠업 수준을 넘어선다. 동충하초, 오디 화장품, 비누, 치약 등 각종 건강기능성 제품이나 생활용품을 만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했다. 필자가 농촌진흥청장으로 재임중 누에고치를 이용한 인공 고막을 개발하여 높은 관심을 받았다. 조만간 누에 성분에서 인공뼈를 개발하는 산업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인공뼈의 세계시장 규모는 약 5조 달러, 우리 돈으로 6천조 원에 이른다. 사양산업이었던 잠업이 의료 소재인 인공 고막, 인공 뼈를 만드는 최첨단 산업으로 변모하는 시대이다.

사람과 가축 중심의 농업을 반세기 만에 세계 최고의 기술농업으로 전환시켜 놓은 우리나라이다. 그 중심에 대구·경북이 있다. 숙명이던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세계 10위국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새마을운동의 발상지가 경상북도이다. ‘하면 된다’는 새마을 정신을 살리자. 경상북도와 대구시가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한방 산업이 좋은 상생 방안이다. 경북의 생산 농가 대구의 연구기관과 대학과 업체가 모여 한방 클러스터를 만들고, 약령시장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의 판매와 가공, 수출이 이뤄지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 대구를 떠나거나 대구에서 ‘시집 장가가기 어렵다’는 청년들이 하소연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자. 대구의 미래는 얼마나 타 지역이나 타 산업과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갖추느냐에 달려있다. 한방산업은 대구·경북이 상생하며 대구 경제를 살리기 위한 미래의 소중한 먹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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