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무서워
주말이 무서워
  • 승인 2019.06.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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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아이들이 중학생일 때까지는 주말에 아이들과 외출을 많이 했다. 토요일 오전에 집안 청소를 끝내고 오후에 앞산, 팔공산 등 산책을 가기도 하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가끔은 당일코스로 여행을 다녀왔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주기적으로 찾아 뵈었다. 부모와 함께 동행했고,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계획했다.

언제쯤부터인지 아이들과 주말을 따로 보낸다. 한 아이는 토요일 학원을 가고, 한 아이는 일요일 학원을 간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말을 꺼내면 이미 친구와 선약이 있어 갈 수가 없다고 한다. 자신들과 계획을 세울 때 미리 시간이 되는지 얘기하라고 한다. 예전에는 무조건 부모 계획대로 따라다녔는데 이제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선 미리 얘기를 해야 한다.

홍희는 그런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가 좋다. 굳이 엄마가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시간을 계획하고 만남을 가지고 뭔가를 하는 모습이 큰 것 같아 대견하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것 같아 기쁘다. 왜냐면 엄마인 홍희도 자녀로부터 독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더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사춘기가 오면서 아이들은 부모의 한계를 알게 된다고 한다. 최고라고 생각했던 부모가 단점도 있고, 못난 부분도 있는 ‘그냥 인간’이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부모님을 대한다고 한다. 부모님의 말대로 따르려하지 않고,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하며, 혼자 있고 싶어하고 말대꾸하는 일이 잦아진다고 한다. 소위 반항이 시작된 것이다. 이것도 ‘자신’의 주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의 일종이다. 어떻게 표현해야할지를 몰라 서투르게 표현할 뿐이다. 이럴 때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고, 소통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성숙이 이루어질 것이다.

홍희의 남편도 그런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크면서 마찰이 많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말이 오가다보면 큰소리가 나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고 말대꾸한다고 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기들 말은 전혀 들어주지 않고 아빠 마음대로 한다고 성질낸다.

사소한 일들 때문이다. 변기뚜껑을 내려놓으라고 했는데도 올라가 있을 때가 더 많다. 옷을 벗고 옷걸이에 걸어 놓으라고 했는데도 방바닥에 어질러져 있다. 아빠가 질문을 하면 공손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될 텐데 무뚝뚝하게 툭 내뱉는 말들이 많다. 아빠도 화가 나면 언성을 높이면 문을 ‘쾅’하고 닫고 들어간다.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주말마다 가족들이 서로 눈을 마주칠까봐, 서로 말을 할까봐 홍희는 전전긍긍한다. 주말이 무섭다. 언제 또 불꽃이 튈지 모른다.

사춘기인 자녀와 갱년기인 엄마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갱년기인 엄마가 이긴다고 한다. 그만큼 갱년기가 더 힘든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홍희는 아이들에게 져주고 싶다. 져주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 부모가 아이에게 져주면, 아이들도 그것을 배워 부모에게 져주지 않을까? 서로 이길려고 하지 말고, 져주자. 오늘도 갱년기인 것 같은 남편에게 주문을 한다. 아이들이 크느라 힘들어서 그러니 져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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