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가 요리 실력 탁월
매일 반죽 준비·숙성 반복
깍두기 등도 최상급 재료로
“경기 불황에 손님도 줄어들어
가입 기간 긴 곳 혜택 있어야”
<착한가격 이 업소> 동구 효목동 ‘미진 손칼국수’
“자랑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가게를 열고서 한 번도 홍보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손님들이 ‘정말 맛이 제대로다’, ‘맛있다’라고 해 주시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더라고요.”
대구 동구 효목시장 입구를 따라 5분쯤 걸어가면 오른쪽 골목 안에 미진 손칼국수가 자리하고 있다. 외진 곳에 있음에도 단 한 번의 휴업 없이 10년 가까이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단, 광고 등 홍보를 일절 해 본 적 없다는 정유나(여·61) 사장은 손맛 하나로 가게를 운영해 냈다. 시간이 흘러도 손 반죽만을 고집하는 그의 까다로운 성미도 고객들의 입맛을 만족하게 하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요리를 맛 본 뒤 특징을 잘 살려 재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어쩌다 입맛에 맞는 요리를 먹은 날은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한 그의 열정으로 밤늦도록 주방이 들썩인다. 특히 정 사장이 구성한 메뉴는 본인 어머니의 손맛을 빼다 박았을 정도로 가족 모두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 정 사장의 오빠도 한때 복요리집을 운영해 찜 요리에도 능숙하다.
손칼국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배 곯는 게 일상이었던 어릴 적 어머니가 건네 준 따뜻하고 시원한 멸치육수의 그 맛을 잊지 못한다는 것. 면도 기성면을 사용하기보다 밀가루를 사서 직접 만든다. 가게를 열기 전 매일 오전 한 시간 정도 일찍 나와 반죽을 준비하고 숙성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친다. 가격은 5천 원이다.
정 사장은 “만들어진 면을 받아쓰면 편하긴 하지만 내 음식이라는 느낌이 부족한 것 같아 지금까지 직접 반죽을 해오고 있다”며 “내 몸은 힘들어도 재료 단가를 줄일 수 있어 저렴한 음식 가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미진 손칼국수는 칼국수 외에도 콩국수, 잔치 국수 등 단품 요리를 5천~7천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비용이면 면 요리 고수의 정성을 든든하게 맛볼 수 있다. 단체손님들을 위한 아귀찜, 코다리찜, 가오리찜 등도 3만 원을 넘지 않는 가격에 판매한다. 함께 나오는 배추김치, 깍두기 등도 최상급 재료만을 사용해 허투루 담그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음식점 운영을 정상 궤도까지 올리기까지는 많은 고충이 있었다. 정 사장에 따르면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 1년 정도는 당일 쓸 재료를 다 폐기처분할 정도로 남는 게 없었다. 그렇게 1년을 고생하면서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언제나 신선한 재료를 준비했다. 정 사장은 아마 그 당시 본인의 고집스러운 모습에 지금의 충성고객들이 많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봤다. 1년 후 미진칼국수집은 일어서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맛집 탐방 블로거들이 우연히 미진칼국수집을 들리면서 메뉴에 대한 호평을 쏟아낸 것. 이때부터 가게 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방문했으나 효목시장의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지난 4월부터 손님 발걸음이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우리 집 뿐만 아니라 효목시장 내 모든 상인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기는 숱하게 많았지만, 이번만큼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힌 적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착한가격업소 가입 후 수도료 감면, 쓰레기봉투 등 구청의 협조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는 정 사장이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가격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만큼 착한업소 가입기간이 길 경우 이벤트성 혜택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는 “주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5~10년 연속 먹을거리를 대접하는 만큼 기간이 오래된 업소는 선풍기 등 계절 가전 등을 이벤트성으로 지원해주면 업소들이 더욱 오래 자부심을 느끼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바랐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