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그 자리가 제자리이다”
“대구시청, 그 자리가 제자리이다”
  • 승인 2019.06.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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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대구시청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는 대구시청 이전, 대구시청 신청사가 뜬다. 지금 대구시의 다양한 현안들 가운데 가장 핫한 이슈가 대구시청의 위치와 관련한 것이고 도심 곳곳에는 이와 관련한 현수막들이 즐비하다. 참고로 필자는 남구에 거주하고 있으므로 시청 이전에 관심을 둔 해당 구들과는 무관함을 미리 밝힌다.

대구에 40여 년을 거주하면서 지금처럼 ‘시내’가 죽은 모습은 처음이다. 높은 임대료부터 낙후된 거리정화까지 여러 가지 이유가 많겠지만 신호등 하나를 두고 동성로와 그 건너편은 정말 비교하기가 안쓰러울 정도다. 그런데 그런 중구의 목줄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대구시청의 이전 이슈가 그것이다. 중구는 1993년 시청이 만들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구에 비하여 지역구 자체가 갖는 의미와 역할 중에서 행정적 의미가 급격히 강해졌고 중구의 발전 역시 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에 다른 구들과 비교하여 교육이나 일반주거 등의 부분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어찌 보면 지금 중구를 버티게 하는 것이 시청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구시청의 이전이 처음 화두에 나온 것은 시청이 너무 낡고 협소한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이야기는 10여 년도 훨씬 더 전부터 나온 이야기였다. 하지만 2019년 연말 내 이전부지 확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갑작스럽게 출범한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추진 공론화위원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있어 이미 말이 많다. 공론화위 구성과 관련해서 20명의 공론화위 위원 중 70%에 해당하는 14명이 시장, 의회의장 추천 몫이라는 점과 대구시 출자, 출연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이 연구용역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공정성에 의문을 던질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밝힌 공론화위의 답변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공론화위는 정작 시민들이 의문을 갖는 점을 규명하기보다는 과열 유치경쟁을 막기 위한 감점 기준 및 배점, 허용 행위 등과 관련한 발표를 하였고 이조차도 오히려 합리적 판단을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을 비방이라고 감점 요인으로 몰고 가기 참 좋은 기준이어서 더욱 지적은 거세졌다.

필자는 신청사 후보지의 입장에 대해 하나하나 갑론을박하는 것 보다 현 위치의 시청이 시민들에게 주는 정신가치를 이야기하고 싶다. 죽어가는 중구의 도심 활성화의 기저에 시청이 그대로 존재해준다면 현 위치의 재건립을 통해 지하복합상가와 연계되어 주변 정리도 이루어질 것이며 인근 국채보상운동공원도 더욱 그 의미가 빛나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주거지역의 확장을 통한 대구의 몸집 넓히기와는 별개로 원도심인 중구를 보다 더 촘촘하고 밀도 있게 발전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의 도쿄도청은 도쿄 내에서도 가장 복잡한 신주쿠 한복판에 있다. 그곳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물 중 하나로 지상 48층의 마천루로서 현재 많은 관광객들이 야경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구 도쿄도청의 수용 능력이 임계치에 이르렀을 때, 여러 개 건물로 나눠 짓지 않고 당시에 최고층의 건물을 신주쿠 한복판에 지었던 배경에는 도청의 위치가 그만큼 도심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대구시청이 그런 초고층의 호화로운 청사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위치가 도심 한가운데 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얼마 전 발표된 대구시 로고 변경을 보았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실소를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인터넷에서 이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기사의 댓글에 본인은 대구시민이 아니라며 그런데도 어이가 없어서 한소리 한다며 쓴 사람이 말하길, 동그라미 색깔 변경을 로고 변경이라며 내놓았냐고 로고 변경의 의미부터 알고 하라는 쓴소리가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 로고 변경과 관련하여 사용된 연구비만 3억 5천만원이었고 지금부터는 각종 시설물에 부착된 기존의 로고에 그 변경을 적용할 때 필요할 엄청난 예산과 관련하여 어떤 시민이 그 변경을 잘했다며 박수칠 지 궁금하다. 때로는 행정이라는 것이 변경의 결과물의 질보다는 단지 변경을 했다는 사실에만 급급한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의 시청 이전도 ‘옮겼다’라는, 단지 변경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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