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구석진 자리
바닥이 갈라진 좁은 틈에 일어서는
망초꽃 몸을 보라
눈 말갛게 씻고 작은 잎들이 풀섶이 되어간다
자유의 목소리는 소리의 키 높이를 넘어
순한 날갯짓으로 꽃 피워 올린다
초록이 침전해 일렁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물결
너의 눈동자에는 눈물의 뿌리가 자라고 있느냐
잡풀들이 서로 몸을 포개며 부딪쳐서 내는 소리
귓전에 들려오느냐
미워하지 못 할 너와 나 사랑
그리워하지 못 할 너와 나 이별
향그러운 골짜기에 전설이
풀섶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는 대낮
◇홍성은= 1963년 강원 태백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대구,경북지역대학 반월문학상 대상 수상(10)
<해설> 사랑은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으로 있든 변함이 없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부대끼며 사랑하는 것이 더 애절합니다. 한 귀퉁이에서 드러내지 않는 모습들이 모여 바람결에 몸을 부빕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어 무리를 만듭니다. 몸으로 함께 부대낄 때 사랑의 이야기들은 전설처럼 이어집니다.
-김인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