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강연료 논란 유감
고액 강연료 논란 유감
  • 승인 2019.06.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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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최근 방송인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대전 대덕구청이 교육부의 ‘풀뿌리 교육자치 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에 공모하여 확보한 1억5천500만원의 국비를 집행함에 있어, 당초 공모 계획서에는 없었던 청소년 대상 특강 계획을 수립하고, 강연자로 김제동을 초청하여 90분 강연에 15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재정자립도가 16%에 불과한 대덕구가 당초 공모계획서를 변경해가면서까지 친여 정치적 성향의 특정 방송인에게 국민의 혈세로 90분에 1550만원이라는 강연료를 지불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라는 논란이 일어났다. 대덕구에서는 강연은 구 자체 예산이 아닌 공모 사업 예산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하였고, 교육부도 “풀뿌리 교육자치 사업은 교육 자치를 위한 것이므로 가능하면 지자체가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도록 했다”고 두둔하였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나 기관단체들이 정부 공모사업으로 확보한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서 당초 계획서와는 다르게 집행하는 경우는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당초 공모 계획서를 변경하면서까지 친여 성향의 김제동을 강연자로 초빙하여 고액의 강연료를 지급하고자 했던 대덕구의 시도는 결국 여론에 밀려 예정된 강연은 취소되고 말았지만 많은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에 대덕구에서 밝혀진 방송인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를 둘러싼 타당성 논란은 그 동안 아산, 논산, 예천, 김포 등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다양한 제목으로 김제동에게 고액의 강연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고, 특히 현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그 빈도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나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으며, 심지어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범야권 의원들은 최저시급과 비교를 하며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는 과한 강의료라고 지적하는 반면,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시장논리에 의한 정당한 소득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러한 방송인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문제는 이를 연예인의 행사비로 볼 것이냐 아니면 주민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특강의 강사료로 볼 것이냐에 따라 비난의 여지는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연예인 행사비로 본다면 90분에 1천550만원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본다. 예로 지방대학의 축제 시에 초청된 유명 아이돌그룹들은 10분~15분가량 노래 몇 곡 부르고 수천만 원의 행사비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김제동과 같이 개그 감각과 재치 있는 재담을 통한 진행으로 행사를 빛내는 방송인의 경우 90분에 1천550만원이 고액이지만 비난받을 수준의 금액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주민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의 강사료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각종 교육에 있어 그 대상이 공무원이든 민간인이든 간에 지급하는 강사료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한 규정에 따르도록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과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집행기준」비목별 세부집행지침에 의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나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의 강사수당 지급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유명 예술인·종교인은 최초 1시간에 25~40만원 초과 매시간당 12~30만원 수준이다. 그 외 원고료는 지자체별 자체기준으로, 교통비와 숙박비 등 실비 보상은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르며, 필요시 시간단위별 금액을 합한 급액의 20% 범위 내에서 추가지급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논란이 되고 있는 김제동의 강연료는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논란은 방송인 김제동 스스로가 더 확산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사 망치와 목수 망치 값어치가 같아야 한다’는 등과 같이 다분히 이념적인 발언과 더불어 방송인으로서 공적인 자리에서 지나치다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소신 발언을 자주 하였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고액의 강연료가 평소 자신의 발언과는 다르다고 지적받는 것이다.

김제동에 대한 고액 강연료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만약 강연을 주관하는 단체가 민간 기업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논란의 본질은 김제동이 벌어들인 수입을 가지고 얼마나 선행하는데 사용하느냐도 아니고, 보수와 진보의 이념 논쟁도 아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혈세로 친 정부성향의 특정 방송인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다른 강연자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강연료를 지급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있다. 국비든 지방비든 모두 국민의 혈세이다. 따라서 비록 인기 있는 강사를 초빙하여 강연의 호응도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국민의 혈세를 사용함에 있어서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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