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베스크 문양·모스크·테라스…동아프리카 작은 아랍
아라베스크 문양·모스크·테라스…동아프리카 작은 아랍
  • 박윤수
  • 승인 2019.06.20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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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화 뒤섞인 스톤타운
중세 아랍인 중계무역 중심지
현지인과 아랍인, 인도계 공존
퀸의 프레디 머큐리 생가 인기
휴양지 분위기 ‘솔솔’ 능위해변
고운 모래사장과 투명한 바다
지친 여행자에 쉬어가라 말해
3만원 내외로 풍성한 해물요리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아프리카<8> 잔지바르

어느덧 해는 인도양을 뒤로하고, 어둠이 서서히 몰려 온다. 하나 둘 해변에는 가로등이 켜지고 올드 포트(Old Fort) 인근 포로다니 공원(Forodhani Gardens)에 나이트마켓의 손수레가 몰려들고 있다. 바닷가 방파제에 앉아 노을을 쳐다보는 이들이 환히 불 밝힌 포장마차 주위로 몰려간다. 잔지바르의 명물 나이트마켓이다. 우리 일행도 호객행위로 시끄러운 손수레 주위를 돌다가, 조금 한가한 가게에서 저녁으로 문어, 소고기, 라이스, 바나나 등 26,000실링(약 14,000원)의 음식을 사서 들고 방파제로 나왔다. 관광지 포장마차의 특성상 가격이 비싸다. 잔지바르피자와 사탕수수주스가 인기가 있는데, 에티오피아에서 음식 탓에 병원신세를 지며 고생을 한 이후로 조심을 하느라 사탕수수쥬스 맛을 보지는 못했다.

잔지바르는 잔지(Zanzi:흑인)와 바르(Bar:사주해안)의 복합어로, ‘검은 해안’을 뜻한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동부해상에 있는 탄자니아합중국(United Republic of Tanzania)에 속하는 이곳은 탄자니아의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가거나 국제공항을 통해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특히 잔지바르에 입국하려면 여권과 출입국 신고서 작성이 필요한데 이는 본토와는 별도의 개별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아프리카 내륙으로 통하는 지리적 이점상 노예 및 상아 무역로의 중심으로 일찍이 중계무역이 성행했고, 아프리카인·페르시아인·아랍인·포르투갈인 등 다양한 민족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해왔다. 1970년대까지는 코코넛, 정향, 육두구, 계피, 후추 등의 향신료 산지로 유명했다. 지금은 천혜의 자원을 이용한 향신료를 구경하고 체험하는 스파이스투어(Spice Tour), 150살 먹은 거북이를 보는 프리즌아일랜드투어(Prison Tour), 돌고래를 볼 수 있는 사파리블루투어(Safari blue Tour) 등 관광산업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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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타운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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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다운 문.


잔지바르에 가장 깊은 영향을 끼친 것은 아랍인들이었다. 아프리카로 노예원정을 다니고 원양무역을 하는 그들에게 잔지바르가 중계무역의 최적지로, 특히 오만에서 온 아랍인들이 잔지바르에 상인과 지주들의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함으로써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들은 결국 이 섬의 귀족 계급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잔지바르인의 본토 자유왕래 문제, 공직 참여기회의 불균형, 경제적 격차 등에서 오는 불만 등으로 잦은 소요와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2001년에는 부정선거를 빌미로 한 대대적인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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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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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머큐리 생가.

 
스톤타운의문양
스톤타운의 문양.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넓이의 스톤타운의 좁은 골목길은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곳은 아랍인의 노예와 술탄의 후예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좁은 골목사이로 아랍의 정취가 강하게 묻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아치형 창틀을 단 발코니와 아라베스크 문양이 수놓아진 양탄자만 보면 중세의 아랍마을을 옮겨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고, 스톤타운 미로의 수천 개의 작은 상점에는 노예들의 후손인 아프리카 흑인, 아랍인, 그리고 인도계 사람들의 문화가 뒤엉킨 그림과 토산품, 그리고 각종 장신구, 아프리카특유의 강렬한 옷감 등이 채우고 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 스톤타운은 올드 포트의 원형탑, 이슬람 특유의 나뭇잎무늬가 새겨진 문들, 그리고 보란 듯이 여유가 있게 버티고 서있는 테라스, 아름다운 모스크가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어려운 아랍문명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드포트를 끼고 걷다 보면, 얼마 전 천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2018)’의 주인공, 전설의 록밴드 영국 그룹 퀸(Queen)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태어난 곳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잔지바르에서의 두번째날 일상적인 투어는 생략하고 점심을 먹으러 능위(Nungwi)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야전식량으로 아침을 먹고 스톤타운 우체국으로 가서 환전을 했다. 우체국환율(2,300TZS/1$)이 일반 환전소 보다 5% 더 높다. 환전 후 구글에 있는 유명한 탄자니아 커피 전문집에 가서 커피(5,000실링, 2$)를 맛보고 선물용으로 원두(250g:15$)를 샀다. 구매한 커피원두는 숙소에 가져다 놓고 달라달라(Dala-Dala)라고하는 현지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재래시장을 지나 왁자지껄한 버스정류장에는 붐비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주변에 있는 이에게 능위행 버스가 어디 있냐고 묻는 순간 서너 명의 호객꾼이 달려든다. 손짓을 하며 따라오라던 이들이 인파를 헤치고 막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버스에 올라탄다. 좌석에 가방을 던지는 등 버스승강장은 십여명의 사람들이 덤벼들어 자리 다툼을 시작 한다. 사람들이 올라가고 뒤이어 올라가니 이미 좌석은 만원이고 좌석사이에도 많은 이들이 서 있다. 좀 전 손짓하며 안내 하던 이가 앉아있던 좌석을 나에게 양보하며 7,000실링을 달라고 한다. 좌석을 잡아주고 요금을 받는 듯 하다. 줘야되냐 말아야 되냐 고민 중인데 차장으로 보이는 청년이 차비는 자기한테 줘야한다며 돈을 주지마라고 한다. 순간 호객꾼들에게 속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주지 않고 있으니 돈을 달라고 차창밖에서 손을 내민다. 차는 서서히 출발 하고 돈을 달라며 뒤따르던 이는 포기하고 돌아간다.

 
능위해변
능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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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위해변의 카페.


잔지바르를 떠나 한적한 포장, 비포장 시골길을 따라 한시간 반정도 달려 능위 해변에 도착했다. 휴양지의 면모가 드러나는 리조트형식의 호텔들이 해안을 끼고 있으나 현지인들의 집은 토담집 수준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해안으로 갔다. 고운 모래사장과 투명한 바다는 지친 여행자들이 편히 쉬어가는 곳으로는 최적의 장소인 듯하다. 해안을 거닐다가 높은 천정의 현지식으로 지어진 식당으로 들어 갔다. 나이 지긋한 백인 여주인은 여행을 왔다가 이곳에 눌러 앉아 카페 겸 레스토랑을 운영한다고 한다.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랍스터까지 포함된 착한가격의 해물요리(맥주 한 병 6,000TZshs 약3,000원, 해산물모듬 60,000TZshs)로 능위해변의 풍광을 만끽했다.
 
잔지바르해안의석양
잔지바르 해안의 석양.


이 곳의 일몰이 좋다고 하나 버스가 일찍 끊어진다고 해서 이른 오후 잔지바르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을 광장으로 다시 나와 시내행 버스를 탔다. 능위까지의 달라달라(Dala-Dala)라고 하는 현지버스요금은 2,000실링(약 1,000원)이며, 택시로 이동할 때는 1인당 30$정도(66,000실링)이다. 여행소개서에는 택시를 권장하는 듯 한데 버스나 택시나 소요시간이 별차이가 없는 듯 하다. 현지인들과 같이 하는 이런 여행도 좋았다.

달라달라버스로 잔지바르에 돌아와 숙소에서 샤워 후 야시장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 스톤타운의 구부러진 골목에서 넘어가는 햇살에 화려한 옷들을 걸치고 아낙들끼리 모여 한담을 나누는 모습을 바라 본다.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 잔지바르 사람들은 “하라카 하라카 하이나 바라카(빨리 빨리 하면 행운이 깃들지 않는다)”라며 느긋하고 당당한 삶을 꾸려 간다고 한다.

일몰 후 야시장은 다시 북적인다. 어제는 처음이라 무작정 산 음식이 남았었다. 오늘은 한화로 약 3,500원정도의 케밥(3,500Tshs) , 콜라(1,500Tshs), 잔지바르피자(3,500Tshs)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잔지바르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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