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쓰리 세컨즈', ‘단 3초’만에 쓰인 각본 없는 드라마
영화 '쓰리 세컨즈', ‘단 3초’만에 쓰인 각본 없는 드라마
  • 배수경
  • 승인 2019.06.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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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올림픽 농구 결승전 실화 영화화
러 관점으로 본 美-소련 결승전
3초 만에 끝내야 할 불꽃 재승부
슬로우 모션·초고속카메라로
경기 장면 리얼함·긴장감 살려
선수들 사연 더해 감동 극대화
실제 ‘결정적 순간’ 함께 선봬
쓰리세컨즈-1
 

3초, 우리는 3초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숨 한번 크게 쉬다 보면 그냥 지나가 버릴 시간, 그 짧은 시간에도 역사는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쓰리 세컨즈’가 20일 개봉했다.

1972년, 뮌헨올림픽, 소련과 미국의 남자농구 결승전을 그리고 있는 영화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릴만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 경기에서 승부를 뒤집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데 필요한 시간은 단 3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쓰리세컨즈-3
 

이 경기 이전까지 남자 농구의 절대강자는 무려 36년간이나 왕좌를 지켜온 미국이었다. 소련 농구 대표팀 감독을 맡은 가란진(블라디미르 마시코프)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고 공언했을 때 그 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이에 개의치 않고 당시 차별과 선입견이 있었던 우크라이나, 조지아, 우즈베키스탄 등 연방 출신의 선수들과 개인적인 문제들도 많은 선수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다독이며 서서히 하나의 팀으로 어우러지게 만든다. 패스보다는 직접 득점하는 쪽을 택했던 선수들도 어느새 한 명의 스타선수보다는 하나의 팀을 강조하는 그의 뜻을 따라 차츰 팀워크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쓰리세컨즈-2
 

드디어 올림픽 남자농구 결승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접전이 이루어지던 중 경기 종료 3초를 앞두고 가란진 감독은 ‘타임아웃’을 외친다. 그렇지만 심판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승부는 50:49. 미국의 1점차 승리로 끝이 난다. 소련 대표팀의 격렬한 항의에 주어진 3초, 센터 알렉스가 던진 2점슛이 소련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안긴다. 이 경기는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기도 하지만 최악의 오심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정당한 판정이었지만 최악의 오심으로 꼽힌데 대한 억울함을 이 영화를 통해 마음먹고 해명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기적같은 승리를 거두는 기존 스포츠 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데 그치는가 싶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연을 가진 인물들(아들의 수술비가 필요한 감독부터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선수, 불치병 판정을 받는 선수 등)의 이야기가 더해져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결과를 다 알고 있는 영화는 자칫 김이 빠질 수 있다. 그렇지만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133분) 중 40분을 올림픽 결승 장면으로 채우고 있음에도 지루하거나 어설프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대역없이 모든 농구경기 장면을 소화해낸 배우들의 열연과 슬로우 모션과 초고속카메라를 통한 스피디한 슛 장면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6대의 카메라로 촬영의 완성도를 높인 덕분이다. 소련의 관점에서 작정하고 만든 영화인만큼 상대편인 미국은 반칙과 거친 플레이를 일삼는 것으로 그려져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소련팀을 응원하게 된다. 냉전시대를 거쳐온 국내 관객에게는 이것 역시 재미있는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다.

농구 규칙을 알고 가면 더 좋겠지만 규칙을 몰라도 경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리얼한 영상과 긴장감이 장점이다.

영화는 뮌헨 올림픽 남자농구 챔피언인 세르게이 벨로프의 책 ‘고잉 버티컬(Going Vertical)’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러시아에서는 2천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국내 팬들에게도 최근 ‘레토’, ‘아이스’, ‘러브리스’ 등을 통해 러시아 영화가 낯설지 않은데다 한국영화의 감성까지 느껴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국가대표’의 뒤를 이을 스포츠 영화로 기대해봐도 좋을듯하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실제 결승전의 ‘결정적인 3초’를 볼 수 있으니 끝까지 자리를 지키도록 하자.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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