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점에서 대북 대량 쌀 지원 합당한가
이 시점에서 대북 대량 쌀 지원 합당한가
  • 승인 2019.06.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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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일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약 1천30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 5일 대북 인도적 지원금 800만 달러를 송금한지 2주 만에 이보다 13.8배에 해당하는 쌀을 북한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으로 읽힌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혀 없는 이 시점에서의 대량 쌀 지원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WFP는 지난달 3일 북한 인구의 40%인 약 1천10만 명 정도가 식량 지원이 절실한 상태라며 북한이 올해 136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이 지원 쌀이 춘궁기가 끝나기 전인 9월 이내로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 비용을 남북협력기금에서 270억원 가량을 투입하고 양곡관리특별회계에서 1천억원 정도를 지출할 계획이라 한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일부 국민들은 지원 쌀이 북한 주민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군량미로 둔갑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의 경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정부는 대북 지원 쌀이 정곡 형태로 보내지기 때문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없어 군량미 전용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한다. 또 쌀 포대에 ‘대한민국’을 명기해 전용 우려를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군량미 전용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이 시점에서의 정부가 북한에게 대량으로 쌀을 지원하는 것이 시기적, 전략적으로 타당하냐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계속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의 쌀 지원을 달갑게 여기지도 않는다. 우리와의 실무회담도 거절하며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쌀 지원이 결과적으로 북한에게 제재와 비핵화 압력을 버틸 수 있는 체력만 보강해 줄 수 있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을 직접 파악하지도 못한 채 성급하게 쌀 지원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취지가 이해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도 북한을 지원해서 평화를 얻겠다는 섣부른 판단이 북한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적이 있었다. 대북 지원이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에 보탬이 준 결과가 됐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부는 지원과 제재 중 어느 것이 효과적일 것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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