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본질 탐구·그리는 행위 모두 예술”
“그림 본질 탐구·그리는 행위 모두 예술”
  • 황인옥
  • 승인 2019.06.20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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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선展…봉산문화회관 8월 11일까지
주제 탐구과정 등 예술영역 포함
일상의 공간·소소한 소통에 ‘가치’
유리상자 안에 작업실 차린 작가
대기번호표 뽑은 관객들과 만나
즉석 대화 토대 즉흥적 그림 완성
심효선-작가
심효선 작가가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에 설치된 오픈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 심효선의 봉산문화회관 전시에서 두 가지 의문과 마주하게 된다. ‘드로잉이 밑그림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가?’와 ‘종이 위의 그림만 작품인가?’다. 심효선은 이 두 통념을 완전히 깬다. 드로잉을 미술의 객체에서 주체로 격상하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까지를 예술의 영역으로 포섭한다. 우리가 ‘진정한 그림이 무엇인지, 예술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작가는 통념으로서의 예술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로 예술의 지평을 확장하려 한다.

“‘드로잉으로 그려지는 종이 위의 그림만 예술인가? 그림이 그려지기까지의 생각은 예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어요.”

드로잉이 그림의 주체로 훅 들어온 것은 2015년. 결혼과 출산, 육아로 2~3년간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그림에 대한 열망이 쌓여갔고, 드로잉이 갈증을 해소해 줄 대안으로 떠올랐다. 빠른 시간에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드로잉의 강점에 마음이 쏠린 것. 당시 일년치 분량의 A4용지를 드로잉 용지로 미리 준비해두고 있을 만큼 드로잉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각각의 장에 날짜를 미리 기입해 놓았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드로잉을 하겠다는 열망의 표현”이었다. “2017년까지 500여장 이상의 드로잉을 완성할 만큼 드로잉으로 그림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갔죠.”

이 시기 작업의 주제도 변했다. ‘사회문제’를 다루며 ‘사회변화’를 꿈꿨던 사회참여적 태도에서 일상 속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림으로 연결하는 생활몰입형 태도로 변했다. “이전 작업에는 조각상이나 만화캐릭터인 아바타 이미지를 사용해 사회적인 이슈나 권력, 국가, 역사 등을 고민했죠. 주된 주제가 개념적인 것들이었죠.”

생활몰입형 주제로 탈바꿈한 것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다. 다양한 매체에서 쏟아내는 뉴스나 시사대담 등을 접하며 그들의 산출물이 사회보편의 시각이 아닐 수 있다는 자각을 하면서 사회문제나 권력 등의 개념적인 주제들이 의미없게 다가왔다. 그녀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일상의 시간과 공간에서 만나는 소박한 사람들과의 소통이었다.

“사람과 만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주제를 탐구하고 풀어나가는 제 자신의 행위들이 더 예술가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과 소통하는 행위가 시작됐어요.”

최근 시작한 봉산문화회관 ‘오픈 스튜디오’는 그리는 행위를 예술의 완전체로 포함하는 작가의 첫 전시다. 작가는 네 면이 유리로 마감된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에 자신의 작업실을 차렸다. 관람객이 전시장을 방문하면 번호대기표 기계에서 표를 뽑고 자신의 순서가 되면 작가와 만난다. 작가와 관람자는 마주앉아 날씨나 취미 등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작가는 그 이야기를 토대로 즉흥적으로 드로잉을 한다. 대화가 끝나면 드로잉은 마무리된다.

“이전에는 어떤 주제로 내 생각을 투영하고 또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봐 줄지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어요. 일종의 자기검열이었죠. 하지만 사람들과의 대화하며 즉각적인 그림을 그리리는 지금은 제 안에 그런 부자유가 없어요.”

전시장 허공에 설치한 ‘심장 형상’은 작가가 작업하며 느끼는 감정상태를 대변한다. 사회적인 이슈를 다룰 때와 달리 지금의 작업들을 하고부터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안정적인 심박수를 분출하는 심장형상에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은유했다. 작가가 “‘사회 속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심을 둘 때는 나침반처럼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나?’를 끊임없이 고민했죠. 그러나 지금은 심장박동처럼 안정돼 있어요. 사회환경보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반응하는 지금이 훨씬 더 본질적으로 느껴지거든요. 이것이야말로 비물질적인 예술이 아닐까요?”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한 작가의 전시는 8월11일까지. 053-661-35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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