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할매가마솥국밥’, 미군 입맛 사로잡은 구수한 맛 ‘일품’
남구 ‘할매가마솥국밥’, 미군 입맛 사로잡은 구수한 맛 ‘일품’
  • 이아람
  • 승인 2019.06.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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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헨리 기지 미군들과 인연
점심·단체 회식으로도 찾아와
며느리와 일하며 인건비 줄여
질 좋고 신선한 고기 공급 받아
수차례 연구 거쳐 비린내 없애
국밥한상
할매가마솥국밥의 대표 메뉴인 5천 원의 정갈한 돼지국밥 한상.

 

<착한가격 이 업소> 대구 남구 ‘할매가마솥국밥’

“미군들이 (우리집) 돼지국밥을 참 좋아했어요. 한 미군은 아이들까지 전부 데리고 와서 돼지국밥을 한 그릇씩 뚝딱 비워내는 데 그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대구 남구청 맞은편에는 주한미군의 입맛을 사로잡은 구수한 돼지국밥집이 있다. ‘할매가마솥국밥’이 바로 그곳. 국밥집 주변에는 캠프헨리 대구기지가 있어 배옥순(여·74) 사장은 14년에 걸쳐 미군들과 크고 작은 인연을 쌓아오고 있다. 미군 중에서는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선물하거나 한국을 떠나기 전 배 사장에게 인사를 건넬 정도로 서로 사이가 각별하다. 한 미군은 한국을 떠나기 전 국밥집을 들러 자신이 기르던 화분을 그에게 맡기기도 했다. 지금도 선물 받은 화분은 국밥집 한쪽 편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배 사장은 “외국인들이라 물에 빠진 고기에 거부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한국사람들보다 더 잘 먹는다”며 “점심때 등을 이용해 무리지어오거나 단체 회식을 할 정도로 돼지국밥을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시간이 흘러 빛바랜 간판 등이 제법 오래된 맛집의 분위기를 내는 국밥집은 배 사장과 며느리가 14년째 아옹다옹 운영 중이다. 수차례 연구 끝에 돼지고기 특유의 비린내도 잡아 청결함이 느껴진다.

3~4시간 뼈를 고아 낸 뽀얀 국물에 붉은 다진 양념과 새우 젓갈 등을 넣으면 칼칼하고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양파와 고추, 면 사리 등 기본에 충실한 밥상은 정갈함을 극대화 했다.

이처럼 잡내 없는 남다른 국밥 맛을 내는 비결엔 배 사장의 독특한 이력이 작용했다. 배 사장에 따르면 배 사장과 그의 남편, 아들 내외는 대구지역에서 돼지고기 등 부산물 장사를 오랫동안 해왔다. 현재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에 다른 국밥집보다 질 좋고 신선한 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것. 또 며느리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오면서 인건비 등을 줄여 한 그릇 5천 원의 낮은 가격 책정이 가능했다고 배 사장은 설명했다.

국밥집전경
대구 남구청 맞은편에 있는 할매가마솥국밥 전경.

배 사장은 “고기 질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부심이 높은 편이다”며 “우리집 국밥은 질 좋은 고기를 사용해 다른집 국밥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양념장 부터 김치까지 모두 직접 만들어 국밥과 궁합이 매우 좋다”고 국밥에 대해 소개했다.

며느리는 장사를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배 사장의 수족이 됐다. 배 사장이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드는 대신 나이 탓에 움직임이 느린 그를 대신해 홀 서빙, 계산 등 주방 밖 일을 모두 전담하고 있다.

배 사장은 “부산물 장사 당시부터 국밥집까지 며느리와 함께하면서 누구보다 손발이 잘 맞다”며 “특히 우리 며느리가 움직임이 빨라 급한 내 성격에 잘 맞춰 준다”고 칭찬했다.

며느리 또한 “어머니 손맛이 정말 좋다. 몇 번 요리를 배워보려 시도한 적도 있었으나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어머니가 하신 만큼의 깊은맛이 나질 않는다”고 배 사장을 추켜세웠다.

국밥집에서 한가지 더 눈에 띄는 메뉴는 ‘술국’이다. 통상적으로 해장국처럼 여겨지는 개념에서 벗어나 국밥에 고기를 더 넣어 안주처럼 먹을 수 있도록 한 메뉴로 구성했다. 국밥집의 모든 메뉴는 고객들의 의견을 담아 구성했고 앞으로도 메뉴를 간소화해 음식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게 배 사장의 설명이다.

착한가격업소 가입 후 수도료 감면, 쓰레기봉투 등 남구청의 지원은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배 사장은 “사실 착한가격업소 가입은 밖 일에 간섭을 잘 안 하기 때문에 몰랐다. 어느 순간 국밥집 앞에 착한가격업소라고 붙어있더라”며 “며느리가 이런 부분을 알아서 잘 해주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어“비록 규모도 작고 소일거리로 운영 중인 국밥집이지만 따뜻한 한 끼가 생각나면 언제든 들러달라. 몸 닿는 데 까진 국밥을 손님들에게 대접할 것이다”고 웃어 보였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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