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폼페이오 비난…"北에 적대적인 정책실무자 있는 한 비핵화 협상 어려워"
北, 폼페이오 비난…"北에 적대적인 정책실무자 있는 한 비핵화 협상 어려워"
  • 최대억
  • 승인 2019.06.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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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기점으로 남북미 대화채널이 다시금 화해 분위기가 한반도에 조성되는가 싶더니 북한이 2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거론하며 북한에 적대적인 정책실무자들이 있는 한 비핵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하면서 북미 간 ‘화해’ 모드가 또 다시 흔들리는 분위기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하여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3일 대이란 추가 제재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현재 북한 경제의 80% 이상이 제재를 받고 있고 이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제재가 조미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듯이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의 말대로 현재 미국의 제재가 우리 경제의 80% 이상에 미치고 있다면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미국의 목표인가”라고 반문하며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에서 채택된 조미공동성명에 대한 정면도전이며 대조선 적대행위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이 지난 21일 북한에 대한 기존 경제 제재를 1년 연장한 데 대해 “제재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보려는 미국의 야망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더 노골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우리는 제재 해제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어 “우리 국가는 미국의 제재에 굴복할 나라가 아니며 미국이 치고 싶으면 치고 말고 싶으면 마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누구든 우리의 자주권, 생존권을 짓밟으려 든다면 우리는 자위를 위한 실력행사의 방아쇠를 주저 없이 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미국이 지난 20일, 21일 각각 발표한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와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를 더욱 노골화하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 보고서 발표에 모두 참석했다.

그동안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의 대북협상 담당자를 비판할 때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질의응답 형식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대변인 담화로 수위를 높였다.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는 비교적 높은 형식으로 대미 비난 입장을 발표한 것은 미국이 압류한 화물선 반환을 요구(5.14)했을 때와 6·12 북미공동성명 1주년을 앞두고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촉구(6.4)했을 때 두 차례다.

앞서 김 위원장의 4차 방중은 북미 간 ‘화해’ 모드가 흔들리게 된다면 경제적, 외교적 관계 정상화를 위한 다른 옵션들이 있다는 ‘은근한 경고’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신한 것이라고 북한의 ‘흔들기’ 셈법을 올 초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미국과의 ‘톱다운 담판’에 기대를 걸면서도 북미 협상이 잘 안 풀릴 경우에 대비, 우군인 중국과의 밀착을 그 안전판으로 삼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북미 간 교착이 좀처럼 풀리지 않은 국면에서 미국이 비핵화 실행조치 없이는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더라도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혈맹’인 중국만 제재의 끈을 느슨히 풀어준다면 북한으로선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친서를 주고받는데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으로 북한의 대화 복귀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과 일종의 기 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따라서 이는 북한이 최근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나온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억기자 cd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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