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시한폭탄
  • 승인 2019.06.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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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필자는 운전을 많이 하는 편이라 도로 위에 있는 시간이 많다. 오늘은 시한폭탄을 차에 가득 싣고 달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을 나눠보려 한다.

운전자들 중에 시한폭탄을 안고 도로 위를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속된 말로 운전을 ‘뭐 같이’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정말 나쁜 운전 습관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당장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언젠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의 운전은 마치 외줄에 매달려 재주를 넘는 서커스 곡예사들 같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도록 한다.

뭐가 그리 급한지 과속은 일상이다. 자신의 앞에 누군가 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 저렇게 빠르게 달리다가 위험물이 앞에 놓이면 방어하지도 못 할 텐데 그냥 내 달리기 바쁘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무리한 차선 변경을 자주 한다. 일명 ‘칼 치기’라 해서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휘젓고 다닌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운전을 참 잘해” 정말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 날 상황이 안 닥친 것일 뿐, 운전을 잘해서 사고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폭탄을 한 가방 등에 매고 불 곁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같다.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 하는 말은 자기는 운전을 잘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접촉 사고 한번 없었다고 자랑한다. 그들의 말대로 본인은 지금까지 사고가 한번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되었을 수도 있고, 자신은 모르지만 그것이 크든 작든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요즘은 직접 접촉을 통한 사고를 내지는 않았지만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세상이고 실제로도 그 책임이 크다.

이런 나쁜 운전습관이 늘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듯이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늘 갈등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잘못된 언어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늘 불안하다. 어디선가 한 번은 터질 것 같은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다. 지금까지 요렇게 조렇게 잘 피하고 잘도 살아왔다. 그들도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큰 갈등 없이 잘 지내온 것이 자기가 말을 잘해서라고 말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어느 날 임자 잘못 만나면 정말 큰일 난다. 시한폭탄을 등에 매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자신의 나쁜 언어 습관을 자신은 모르고 지나갈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다. 자신의 나쁜 언어 습관으로 다른 3자들로 하여금 서로 갈등을 부추기고 싸움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그리고는 착각한다. 자신은 문제없고, 그들이 문제가 많다고. 그러면서 그 문제에서 자신은 쏙 빠져 나간다. 나쁜 운전 습관으로 사고를 유발시키는 사람처럼 그들도 나쁜 언어 습관으로 사람들 관계를 비틀고, 꼬이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필자가 운전을 처음 했을 때 어른들이 운전 잘한다고 자랑하지 마라 얘기했다. 맞다. 나는 그 때 좀 빨리 달리고 요리조리 잘 운전한다고 운전을 잘한다고 착각했다. 정말 운전을 잘한다는 것은 빨리 달리는 것도 아니고, 차들 사이를 잘 비켜 다니는 것도 아니다.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가장 운전을 잘하는 것이고, 또한 타인에게도 사고의 위험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운전을 잘하는 것이다.

운전처럼 말을 잘한다는 것도 유창한 말, 거침없는 입담이 아니라 사람들하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오해하게 하지 않는 것이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 그것이 말 잘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아무 일이 없다고, 정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지금 터지지 않는 폭탄이라고 품에 안고서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폭탄을 안고 있으면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 있다. 그때가 언제인지 정확히는 모르나 터질 때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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