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대중화’ 앞장…온·오프 ‘소통길’ 열다
클래식 ‘대중화’ 앞장…온·오프 ‘소통길’ 열다
  • 황인옥
  • 승인 2019.06.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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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전도사 작곡가 ‘이도훈’
작곡가 이도훈
작곡가 이도훈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 확대를 위해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강좌를 시도하고 있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간극은 클 것 같지만 어쩌면 한 끗 차이에 불과할지 모른다.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희망을 향한 항해를 계속하느냐, 상황 탓만 하며 닻을 내리느냐의 문제다. 젊은 작곡가 이도훈은 이 점에서 명징한 낙관론자다. 고난의 길에서도 절망하기보다 수풀을 헤치며 희망을 만드는 쪽을 택한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클래식 음악 전반에 대한 지식을 일반인에게 전수하는, 이른바 ‘일반인을 위한 클래식 음악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인구는 많지만 그들이 목말라 하는 음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줄 전문가는 많지 않아요. 저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일반인들을 위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사회가 복잡다단해지고 즐길거리도 다양해졌다. 상대적으로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집중도나 충성도는 약해졌다. 세계 시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이 양산되고 있지만 그들의 음악적 기반은 젊은층에 편향돼 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랑을 받아 밀리언셀러가 되는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한 느낌이다. 클래식 음악은 이러한 사회 현상으로부터 조금은 우월적인 위치에 있다. 애호가의 수는 차치하고라도 즐기는 계층의 분포도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바로 ‘고전의 힘’이다. “클래식 음악에는 오랫동안 검증되며 사랑받아온 ‘힘’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어요.”

클래식 음악도 계속해서 새로운 역사를 써왔다. 세대교체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곡들을 발표했다. 어떤 곡들은 살아남고 어떤 곡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이전 세대 작곡가와 현 세대 작곡가와의 경쟁은 불가피했고, 고전의 힘에 밀려 현 세대 작곡가의 곡은 어렵다는 편견에 갇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쟁이라는 말이 불손하게 들린다면 질문을 “현대 작곡가의 음악이 현대인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의 문제”로 치환해도 맥락은 다르지 않다. “그 시대가 만든 클래식 음악이 그 시대 사람들과 제대로 소통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 질문은 이도훈에게도 유효했다. 자신이 작곡한 음악이 동시대인들에게는 낯선 음악으로 치부되는 현실이 버거웠다. 그가 “대중가요나 고전음악에 비해 현대음악은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고백했다. “현대음악이야말로 우리시대의 정서나 사회상을 대변하는 음악인데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는 현실이 힘들었어요.” “동시대의 음악이 동시대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이 시작되자 낙관론자 이도훈은 특유의 긍정 에너지로 접근했다. 먼저 다가가자는 것. 온라인(On Line) 카페인 ‘클래식음악 공부 카페’를 개설한 것은 그때였다. 대학 재학 시기인 2013년. “클래식 음악, 내가 작곡한 현대음악을 기꺼이 들을 수 있는 일반인 클래식 음악 애호가를 내 스스로 성장시켜 보자”는 첫 시도였다.
 

7년 전 온라인 클래식공부 카페 개설
대중 눈높이 맞춘 음악감상법 제시
연주자 주축 접근 벗고 작곡가에 중심
작품의 본질 꿰고 美 온전히 누리려면
작곡가 살았던 시대와 세계관 알아야

온라인 강좌는 철저하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졌다. 지금까지 연주자에 포커스를 맞췄던 클래식 음악 감상 태도에서 벗어나 작곡자 중심의 접근법을 시도했다. 클래식 음악 감상의 방법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가 판단하기에 지금의 클래식 연주회는 ‘누가 연주를 하느냐’는 ‘연주자 중심’ 쏠림현상이 다분하고, 이에 따라 ‘작품’보다는 ‘스타 연주자’를 통해 마케팅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음악에서 본질을 간과하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연주자’보다 ‘작품‘ 이해가 먼저라는 것.

“작곡가가 살았던 시대와 그의 세계관을 제대로 알아야 작품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어요. 작곡가는 그의 시대와 영향을 주고받거든요. 작품은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하구요.“

지금까지의 음악강좌들은 평생교육원 등의 교육과정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문화강좌 형식으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이런 강좌들은 짧은 시간에 진행되는 이론 중심 교육이었다. 그는 클래식음악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접근법부터 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감상이라는 음악의 1차 행위를 빼고 이론만 주입하는 것은 실효성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흔히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시대마다 달랐던 전개방식이나 양식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음악감상까지 연결되어야 클래식음악의 감동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론과 감상을 함께 반복해서 곡의 본질을 제대로 알아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요. 연주자는 그 다음의 문제죠.”

제대로 음악을 감상해야 한다는 철학은 이도훈 자신의 경험에서부터 왔다. 그는 어린시절 지독한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다. 음악에 매력을 느낀 때는 초등학교 때.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클래식 음악에 처음 눈을 떴다. 강렬한 계기는 중학교 시기. 피아노 교사가 선물한 피아노 CD 음반 한 장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그가 “그때부터 클래식 음악 부심이 되어갔고, 작곡과로 대학 진학까지 감행하게 됐다”고 했다. “선생님이게 이 음악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클래식음악이라 하더군요. 그 때 ‘나도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스파크가 일어났죠.”
 

온라인 강좌 소통 부족 한계 봉착
올 봄부터 오프라인 소규모 강좌 열어
수강생과 현대음악 대한 깊은 고찰

온라인 강좌가 시간을 더해가자 한계가 찾아왔다. 온라인 시대라고는 하지만 오프라인 소통의 강점을 간과할 수 없었던 것. 그는 올해 봄부터 오프라인 강좌를 시작했다. 눈을 마주보고 질문과 답을 통해 적집 소통하는 오프라인 소통에 목이 마르기 시작한 것. 첫 강좌는 7주차로 진행해 최근 종료했다. 바로크 음악에서 고전 그리고 낭만파로 이어지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훑었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음악음악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려” 했다. 오프라인 강좌의 참여 인원은 10명으로 제한했다. 소규모 강좌일 때 소통을 최대화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의도는 적중했다. 수강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청중은 자기가 모르는 것을 드러내 질문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죠. 그러나 소규모 강좌일 경우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제격이죠.”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 오프라인 강좌도 온라인 카페와 유튜브에 송출된다. 그는 여기서 할 걸음 더 나가 수강생들과 함께 공연장을 직접 찾아 라이브 공연 관람도 병행한다. 관람 후 티타임도 가지는데, 일종의 공연후기에 해당된다. 티타임은 그의 강의활동 중 가장 흥미로운 순간이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작곡가의 작업방식을 이해하게 하고 그의 세계관을 음악을 통해 듣게 하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뜬구름 같은 추상적인 음악에서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음악으로 접근하는 길이니까요.”

작곡가 이도훈이 작곡하는 음악의 결은 어떨까? 그가 “자연을 닮아있다”고 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현대음악의 접점으로 자연을 선택했고, 음악에 자연을 한껏 담아낸다. 이때 역점을 두는 것은 스토리텔링. 음악에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는 감동의 결을 결정하는 요체라는 생각에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들과 친근한 자연을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해 작곡을 해요. 현대인과 소통하기에 그만한 요소들도 없죠.”

영남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한 그는 최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음악적 역량을 키우는 한편 대중과의 소통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 학기 중에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고, 방학 때 귀국해서 오프라인 강좌를 이어갈 겁니다.” 그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 확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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