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화동산에 피어난 금잔화
금화동산에 피어난 금잔화
  • 승인 2019.06.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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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용 금화복지재단 이사장
일본여행중 상가밀집지역 벤치에 앉아 있으니 어디선가 허브향이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무거운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개운해졌다. 여행의 피로가 일시에 날아가는 듯 했다. 아~ 우리 요양원에도 허브식물을 심어야겠다. 요양원이 주는 선입견을 없애는 맑고 아름다운 동산을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이 섰다.

꽃도 예쁘고 향도 있는 품종을 찾다가 금잔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독특한 향이 있어 주변을 정화시키고 환경 적응력이 좋아 저절로 피고 지어 손이 덜 가는 장점이 있다. 4월부터 7월까지 옮겨 심어도 열흘만 물을 잘 주면 뿌리가 안착된다. 금잔화를 흔히들 메리골드라고도 하는데, 두 꽃은 국화목 국화과로 친척이다.

씨 뿌리는 시기를 조절하여 연중 꽃을 피게 할 수도 있다. 내한성이 있어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다. 한여름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한번 피기 시작하면 연속해서 꽃망울을 터트린다. 조금만 어두워져도 꽃잎을 닫고 아침 햇빛에 꽃잎을 여는 이유를 설명하는 낭만적인 전설도 가지고 있다.

해마다 4~5월 무렵부터 금잔화 꽃밭 만들기에 정성을 들인다. 초겨울까지 금화동산에 황금색 꽃밭이 융단같이 펼쳐지는 걸 상상하면서 새벽같이 달려나와 열정을 쏟는다. 동이 틀 무렵 금화동산에 오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무 하나, 꽃 한 송이 피우기까지 들인 노력이 적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답해주니 절로 숙연해진다. 꽃밭을 가꾸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한다. 해마다 피고 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꽃밭은 얼마간의 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심고 가꾸는 사람의 정성과 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꽃이 피면 자연스레 벌과 나비가 날아들 듯이, 금화동산은 새벽부터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숲으로 둘러싸인 청정 환경에서 황혼의 여정을 평화롭게 보내신다. 방문객이나 보호자들은 황금술잔을 높이 들고 건배하듯이 피어 있는 금잔화 군락을 보면 탄성을 지른다. 바쁘고 각박한 세상을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금화 동산에 오게 되면 요양원에 모신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다소 옅어지고 마음이 한결 순화된다고 한다.

금잔화 꽃밭을 가꾸는 것은 상생(相生)이다. 높은 이상을 향한 나의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표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인연이 닿은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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