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작과 나란히 걸린 나의 작품
세계명작과 나란히 걸린 나의 작품
  • 황인옥
  • 승인 2019.06.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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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백남준·데미안허스트…
진품 걸린 공간에 관람객 놀라
미술관 소장품 빌려 꾸민 전시장
"콜렉터 집에 내 작품 걸리고파”
사랑받기 원하는 소망 텍스트화
작가김승현
작가 김승현이 자신의 작품 ‘Born’ 연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팝/콘’展 참여작가 김승현

“이우환, 백남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 진품인가요?” 관람객이 작가 김승현에게 질문을 던지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관람객은 놀랍다며 “진품은 어디서 가져왔나”고 재차 물었고 작가는 “미술관 소장품을 빌렸다”고 답했다. 관람객은 그제야 의문이 풀린다는 듯 “미술관에 세계적인 작품들이 많이 소장돼 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김승현이 “제 작품 콘셉을 듣고 미술관측에서 소장품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줘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고 이번 전시 작품 탄생 배경을 재차 설명했다.

대구미술관이 최근 개막한 ‘팝/콘’전 참여 작가 김승현은 자신이 꾸민 공간 ‘Born-series’ 연작을 출품했다. 공간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걸리기를 희망하는 콜렉터의 집을 상상해 가상으로 꾸민 것이다. 집은 두 가지 공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방은 작가의 취향이 반응된 팝아트 작품들을 모았다. 앤디워홀의 ‘켐벨수프’의 깡통 작품과 백남준의 설치작품을 거실의 마주보는 바닥 모서리에 설치하고, 거실 측면에는 덴마크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체어를 놓았다. 앤디 워홀의 자화상도 옆면을 장식했다.

“데미안 허스트와 백남준의 작품과 에그 체어는 모두 진품이에요.”

두 번째 방은 일본과 관계된 작품으로 구성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이우환과 현재 베니스 시립 포르투니미술관(Palazzo Fortuny) 순회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윤형근의 평면을 걸었다. 일본의 무라카미 다카시와 온카와라의 작품들도 눈에 띤다. 방 가운데에는 일본 디자이너 오키 사토가 설립한 넨도(Nendo)와 프리츠한센이 협업해 만든 ‘N01 체어’가 놓였다. 이우환과 윤형근의 작품은 진품, 그 외 작품들은 김승현이 그린 것이다.

“제 작품들이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어느 콜렉터의 거실을 장식했다는 상상으로 공간을 구현했어요.”

그가 꾸민 공간 속 주인공은 앤디 워홀이나 이우환이 아니다. 작가 자신이다. 자신의 작품을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중앙 벽면에 걸었다. 그의 작품에는 전설의 록 그룹 퀸의 노래 ‘I Was Born To Love You(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를 작가가 직접 개사한 텍스트들이 새겨졌다. “내 작품도 좋은 공간에 좋은 가구와 함께 놓여 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희망을 텍스트로 옮겨봤어요.”

사실 텍스트 작업은 작업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온 패턴이다. 작가의 바람이나 희망사항을 텍스트로 옮기고 박스원단이나 시트지 등의 물성으로 텍스트의 개념을 현실로 드러내거나 텍스트 내용을 공간으로 구현하는 작업들이 대표적이다. 최기에 설치 위주였지만 몇 년 전부터 평면 작업 중심이 되고 있다. “판매되기 힘든 설치 작품을 하면서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누군가의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 평면에 도전했어요.”

작가의 공간에는 작가가 선호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파생된다. 바로 선호다. 이 선호에는 주류와 비주류, 선택과 배제라는 개념이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텍스트라는 재료와 선호라는 개념은 작가가 전달하려는 주제를 명확화 하는 기제로 활용된다. 형상이 가질 수 있는 모호함의 크기를 의미가 명확한 텍스트로 좁혀주는 것. 이는 일종의 관람객에 대한 배려에 해당된다. “자본주의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외’를 선택과 배제라는 행위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작가는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보고 변화하기를 희망한다. 작품의 사회적 역할이다. 김승현도 다르지 않다. 관람객이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을 관람하며 그 공간 속에 전시된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더 좋은 취향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해가길 희망한다. 관람객이 자신의 작품에서 시작해 다른 작가들에게로 연쇄적인 감동을 받고, 그런 과정을 통해 문화적 취향이 좋은 사람들이 점 점 많아지는 사회를 희망하는 것.

그가 ‘미술의 본질적인 역할’을 언급했다. “‘인간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는데 내 작품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 위해 만들어지겠죠. 그것이 결국 인간의 사랑으로 연결되는 연쇄반응이면 더 좋겠죠.” 김승현을 비롯 김기라, 김영진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한 ‘팝/콘’전은 9월 29일까지.053-803-79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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