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사람의 잘못된 손길…가로수의 속이 썩어간다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사람의 잘못된 손길…가로수의 속이 썩어간다
  • 임종택
  • 승인 2019.06.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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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썩은 구멍 생기면
우레탄폼 넣어 메꾸는 방식
안쪽에 수분 갇혀 부패 조장
오히려 수명만 단축시켜
느티나무
겉은 멀쩡하지만 나무망치로 두들겨보면 속은 비어있고 속살은 썩어가고있는 느티나무.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4) 도시숲은 지금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가

며칠전 KBS 스페셜에서 방영된 ‘서울 나무, 파리 나무’를 보고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였다. 내용은 대강 이렇다.

가로수로 쓰이는 나무의 육묘 과정과 나무의 수형을 살리는 전지 전정, 그리고 수목 외과 수술의 문제점 등을 심도있게 방영하였다. 나무의 육묘 과정은 미리 수간(주간)을 중심으로 가지를 사방으로 골고루 뻗게하여 수광 상태를 최대한 양호하게 나무를 삼각형 형태로 키우고 되도록 두절(두목 전정) 즉 나무의 주간을 잘라 키를 낮추는 전지는 하지 않고 자연 수형을 최대한 살려 키우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다소 나무의 생육 환경 여건이 다른 면도 없지 않지만 두절은 당연히 하는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었다.

공원이나 가로수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자라고 생활하는 그곳 사람들의 정서는 과연 어떨까. 적어도 내 생각에는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그곳 도시를 더욱 풍성하게 물들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무의 전지와 관련한 수목의 생장과 생육의 문제점 중에서 수목외과 수술에 대한 영상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나무 관련 서적 중에서 나무의 썩은 부위에 시멘트나 돌, 금속 등 심지어 건축용 자재로 쓰이는 우레탄폼까지 공동(썩어서 생긴 구멍)부위에 넣어서 처리하는 것을 외과수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는 우레탄폼을 메꾸어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방영하였다.

즉 공동을 메꾸는 재료가 건축용 자재라는 것 뿐만 아니라 오히려 메꾸어 놓은 안쪽에 수분이 갇혀서 그 적당한 수분으로 인해 병원균 번식의 온상을 제공하여 오히려 더욱 부후(썩음)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겉은 멀쩡해도 속은 자연상태보다 훨씬 빨리 부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과 수술 방법은 나무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나무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이다. 방영의 결과는 평소 나의 생각과 같이했다. 하지만 현재의 나무의사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직도 많은 나무의사들은 외과수술 재료를 우레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방법은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도시숲은 건강해야 한다. 건강한 숲의 품에 시민이 마음껏 휴식을 취하고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로수든 공원에 심을 나무든 육묘에서 중간목 성목이 될 때까지 나무의 본래 모습을 찾아주고 기르고 심어야 한다. 어린나무부터 철저히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심고난 후에도 최소한의 관리에 멈춰야 한다. 도심속을 다니다 보면 정말 전지를 왜 저렇게 했나 싶을 정도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차량의 원할한 통행을 위해서 부분적으로 가지를 잘라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잘라 놓은 가지는 그 일을 한 사람의 성격을 말해준다.

나무를 관리하는 것도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철저한 교육만이 나무의 본래의 모습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교육에 의한 올바른 나무 관리가 어려우면 우리의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생명 근원의 줄기를 따라 마주하는 그곳에는 반드시 수목이라는 생물이 존재했다. 그 후 인류는 탄생되었고, 인간은 탯줄을 끊는 순간 자연을 잠시 망각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전지만 보더라도 그루터기를 남겨 잘려진 나무가 부지기수다. 조금만 주의해서 나무의 일생을 생각한다면 제대로 잘라줘야 한다. 원가지(주간)에서 나오는 지피융기선(가지가 갈라지는 부분)과 지륭(가지의 주름진 아래 겨드랑이 부분)을 건들지 말고 최대한 바싹 잘라야 한다. 그래야 나무가 썩지 않고 상처가 융합된다(칼루스). 즉 나무는 형성층이라해서 가지깃이라 부르는 지피융기선과 지륭 내부에서 상처 치유 물질이 나와 잘린 부분을 애워싸는 것이다. 그러게 시간이 지나면 잘린 부분은 표피가 덮여서 상처가 완전히 치유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지 그루터기를 만들면 그 그루터기 때문에 새로 만들어지는 표피가 잘린 부분을 덮지 못한다. 이러한 그루터기는 병원균을 부르는 통로가 되어서 내부 깊숙이 썩어 들어가는 것이다.

나무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당연히 병해충과 싸움을 벌인다. 미국의 샤이고 박사가 주장한 자기방어기작(CODIT:Compartmentalization of Decay In Trees)이라고 해서 나무는 어떠한 경우든지 상처를 입게되면 스스로 병원균의 내부 침입을 봉쇄하고 썩는 조직의 확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썩고 상처난 주위를 여러 가지 방향으로 물리적 혹은 화학적인 방어막을 형성하게 되어있다. 이는 나무의 조직 세포의 역할이지만 치열한 싸움이기도 하다. 자신과의 싸움에 약간의 힘만 보태주면 된다. 그곳을 틀어막아 자생력을 줄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무는 살아있는 생명체라 언젠가는 자신의 삶을 완성한다. 이렇게 썩어가는 근본 원인이 인위적인 상처와 잘못된 전지에서 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길가의 가로수, 공원의 나무들 그리고 소위 도시숲이라고 하는 마을의 숲이나 학교 숲 그리고 아파트 내의 생활 숲들을 자세히 지켜보자, 아마 많은 부분들이 이러한 잘못된 전지로 인해 썩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가지 그루터기 때문에 속이 썩어 들어가 가지 부러짐 현상이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바로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나무를 업으로 관리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나무의 생명을 지키고 관리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으리라 본다. 부후(썩음)는 나무의 크기가 클 경우라도 속까지 썩어들어 간다. 자기방어기작에 의한 방어를 하더라도 병원균은 지속적으로 나무의 생명력과 싸움을 벌인다. 만약 나무의 생명력의 기세가 조금이라도 꺽일 경우 가차없이 부후균(목질 썩음균)은 맹공격을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늦었지만 나무의 입장에서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나무의사들이 외과수술을 할 경우는 우선 썩은 부위를 긁어내고 살균과 공동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기 위한 방수 처리, 그리고 내부의 해충을 없애는 정도로만 처리 하고 그대로 놔두어도 되지 않을까.

노거수(老巨樹)지 명예회장이자 이삼우 기청산식물원장도 논단을 통해 공동(썩은 구멍)이 너무 크면 강한 바람이나 태풍이 불면 넘어질 우려가 있으니 수관부(가지와 잎이 있는 부분)의 무게를 덜어주는 전지를 하거나 지주나 당김줄로 보강해 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이야기 한다. 그렇다고 공동이 있는 나무가 그렇게 쉽게 부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무속의 이물질인 우레탄에 의한 나무의 지지력은 그리 크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인공 수피도 원래 색깔과 비슷하게 해놓아도 오랜 세월 위풍당당하게 살아온 자연스러운 멋은 크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공동이 생기기 전에 올바른 전지부터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근본 원인부터 수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썩은 나무의 외과 수술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나무도 충분히 자신의 수명을 다하고 생을 마쳐야 한다. 원치않는 상처가 나서 썩어 공동이 생기는 조로증은 없어야 한다. 전선이 지나가는 곳의 나무는 더욱 볼품이 없다. 그곳에 가지를 완전히 잘라 놓아 모양이 말이 아니다. 가로수의 생육 공간이 좁아 뿌리가 솟아오르는 뿌리조임 현상도 많다.

이제 우리의 가로수도 썩은 공동과 그루터기가 아무렇게나 방치된 모습이 없는 멋진 나무이기를 바래본다. 상처 치유도 ‘우레탄폼이냐, 최소한의 치료만 하고 그대로 둘 것이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산림청이 지정한 전국의 치유의 숲을 굳이 찾지 않더라도 도시속의 울창한 나무 숲에서 치유를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장애가 있는 나무는 보호하고 치료를 하고 관리도 잘 해야 하겠지만 지금도 수많은 상처들을 나무는 오롯이 안고 뜨거운 여름을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차디찬 겨울에 그 상처를 모두 보듬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상춘(賞春), 봄날 꽃을 선물해준 나무에게 상을 주지 못 할 망정 이번 여름에는 나무 그늘 밑에 쉬면서 그들을 다정하게 한번 쓰다듬어 주면 어떨지….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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