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지붕
둥근 지붕
  • 승인 2019.07.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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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희 시인

오늘이 고단하면 그늘에 들어 쉬라며

토닥토닥 등 다독이는 말 층층나무에 걸렸다

더러 빗물에 쓸려갔어도

나머지 반쪽이 비탈을 거드는 체위

오래된 우산을 펼치는데 어머니의 어머니 냄새가 났다면

몸 안 종기를 의심 해봐야하지

여기저기 솟구친 버섯들은 한꺼번에 삼킨 빗물을

조금씩 내어놓는 습성을 가졌다

마른 수피 뚫고 올라오는 동안 서러웠을 냄새가

우산과 꼭 닮은 것을 아는 층층나무는, 키 작은 후생들에게

언제나 다정한 가족이다

먼저 뛰어나갈 자세로 움츠린 포자여

밖의 세상을 넘겨다보지 못한 지상의 둥근 지붕 아래선

모두 봉긋한 잠을 눌러 눕혀야 한다

그늘이 감옥일지라도 우리 집 가계도는 꽃핀 층층나무

그 아래 모인 개미의 가족은

발등조차 아늑해지고 싶다

◇이복희= 문학시대 신인상,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에세이문예 회원, 구상예술제 금상, 시공간 회원, 낙동강세계평화문학상, 선주문학상 수상, 구미사우회 회원.

<해설> 층층나무 아래에는 개미가족이 살아 하루가 고단하며 그 나무에 토닥토닥 등 다독이는 말 걸어놓고, 빗물에 쓸려가도 가지를 우산처럼 활짝 펼치면 어머니 그 어머니 냄새는 서러운 삶의 한 단면처럼 각인되어진다. 아울러 층층나무 그늘 이불 덮고 새싹 틔우는 버섯은 봉긋한 잠을 눌러 눕혀야 비로소 둥근 지붕의 일원이 된다. 삶은 서로서로 모여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염원하는 화자의 기원이 흥겨운 향기로 피어나 코끝을 찡하게 한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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