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관한 단상
[윤덕우 칼럼]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관한 단상
  • 승인 2019.07.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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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주필 겸 편집국장
윤덕우주필 겸 편집국장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문 없이 헤어진 지 4개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극적 재회’에 성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동함에 따라 북미 정상 간 다음 ‘핵 담판’의 조기 성사에도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 판문점 회동은 정치적으로 난감한 입장에 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3자 모두에게 국면타개책이 됐다. 하노이 노딜 이후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문대통령도 이날 판문점회동으로 어느 정도 체면이 섰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 모였을 때 “이런 순간을 마련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해준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다. 사실 이날 회동에는 스스로 조연 역할을 자처한 문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역할도 적지 않았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평화가 경제’라는 구호가 무색해지면서 대북정책에서 야당으로부터 한동안 수세에 몰렸던 문 대통령에게는 판문점 회동이 호재가 됐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관련해 “역사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협상이 순항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날 회동은 엄청난 호재였다. 미국에서 한창 진행 중인 민주당 대선 후보 TV토론회에 국민들의 관심을 빼앗긴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판문점 회동으로 일순간에 미국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동을 가진 것과 관련, 미 언론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북한을 방문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비핵화를 향한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또 이번 방문은 이전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며 북미 협상의 교착 상태가 깨졌다며 향후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에도 관심을 보였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으로 스무 걸음(20 steps)을 디뎠다며 “미국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요새화된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전망은 한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회동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발을 들여놓았고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땅에 전례 없는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핵 협상이 몇주 안에 재개될 것이며 양국이 협상을 주도할 팀을 지정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그 만남을 승리로 간주했다”고 전했다.

60여시간의 장거리 기차여행에도 불구하고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돌아갔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번 회동으로 잃어버린 체면을 단숨에 세웠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그렇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자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에서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6월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하셨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이번 회동이 남측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며 “하루 남짓한 시간동안 온 지구촌의 눈과 귀가 또다시 조선반도(한반도)에로 집중되고 판문점에서의 조미(북미)수뇌상봉소식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온 행성을 뜨겁게 달구며 격정과 흥분으로 열광했다”고 띄웠다. 특히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나가며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하셨다”며 두 정상이 회담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우려의 시각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황교안 대표는 “북핵 폐기라는 본질적인 목표를 이뤄가기까지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고집하며 살라미 전술 펼치고 있어 실무협상이 열려도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진정한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 북한의 태도를 바꾸도록 설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외신들도 이번에 ‘새로운 약속’은 없었으며 아직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NBC는 “모든 팡파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징후는 없었다”면서 베테랑 핵 협상가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만남이 “김 위원장에게 정통성을 부여하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전 세계의 압박을 약화하는 게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일단은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동’으로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흐름이 마련되고 있다.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문 대통령의 큰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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