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
우리들의 행복
  • 승인 2019.07.01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우윤 전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송중기, 송혜교 커플의 파경 소식을 들은 날은 마침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송송커플’, 애칭마저도 애정이 솔솔 피어나는 그들의 관계가 채 2년이 못 되어 깨어지게 되었다니 무척 안타깝다. 이혼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당사자와 그 가족이 겪고 있을 아픔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평소에 달달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는 그들이 출연하던 ‘태양의 후예’를 틈틈이 보며 그들이 뿜어내는 연애의 달달함에 빠져 들었다. 아내와의 연애가 생각이 났고 첫사랑의 설렘도 솔솔 살아났다. 송혜교는 얼마나 예뻤던지. 송중기는 얼마나 멋있었던지. 나는 드라마와 현실을 애써 구분하지 않은 채 그들의 매력에 심취했다. 그리고 그들의 결혼을 마음으로나마 진심으로 축하했다.

정말 보기 좋은 커플이야. 대한민국 최고 커플 중 한 커플일 거야. 저 친구들의 중국 팬이랑 일본의 팬들이 더 많아 져야 해. 그래야 중국과 일본이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지. 아내와 아이들에게 나는 ‘송송커플’의 팬임을 자처하며 즐거운 농담으로 그러나 진지하게 그들을 응원했다.

이런 우리였기에 결혼기념일에 모인 우리는 그들의 파경 소식을 안타까워했다. “아버지, 정말 안타까워요. 그들이 이혼한다니 믿기지 않아요” 서울에서 내려온 딸아이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말한다. “허허 참. 그러기에 말이다. 바깥으로 보기엔 완벽한 커플인데 도대체 뭔 문제가 있는지 참 안타깝네” 나도 거든다.

“참 순진한 분들이시네. 드라마에 착하고 멋있게 나오면 정말 그 사람들이 착하고 멋있나요? 꿈에서 좀 깨어나세요” 아내가 제법 연예계 사정에 밝은 듯 책망하듯 우리를 나무란다. 그래도 나는 “허참, 그 예쁜 애(?)와 그 멋진 놈(?)이 가정을 꾸려도 결혼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네” 하며 마치 그들의 가까운 지인이나 되듯 염려한다.

“송혜교 만큼은 예쁘지 않아도 네 엄마가 그래도 훌륭하지 않냐?” 그 날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딸에게 슬쩍 아내를 칭찬했더니 “네 아빠도 송중기만은 못해도 그래도 한 30년 잘 살아 왔네” 라는 아내의 덕담이 돌아왔다. 정말 ‘송송커플’에 비할 수 없는 우리가 그래도 이만큼 그럭저럭 살아왔다. 행복은 성적도 외모나 재산 순도 아니었다. 헐. 젊은 부부의 안타까운 이혼 소식에 우리 행복이나 자위하고 있다니….

그러나 그들의 이혼 소식은 ‘이 시대, 우리들의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했다. 평범한 우리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었다. 때로는 서로 실망하고 때로는 격분하지만 다시 살을 맞대며 살아온 평범한 우리들. 피곤하리만큼 열심히 일하고 밤이면 지쳐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던지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

그것을 자축하며 결혼기념일에 우리가 좋아하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제법 근사한 식사를 한다. 평소 식사비에 비해 서너 배는 더 비싼 식사비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열심히 살아온 우리가 아닌가? 비가 오는 저녁, 레스토랑의 창가를 노크하는 빗소리가 예쁘다. “와! 아빠, 이 곳 정말 사진 잘 나와요” 연신 딸아이가 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감탄을 한다. 여유를 가지고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사진 속의 내가 제법 괜찮아 보인다.

이번 주일, 아내와 둘이서 집에서 예배를 드렸다. 지난 40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또 설교를 했는데 아내랑 둘이 드리는 예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내랑 둘이서 찬양을 한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목이 멘 것을 기침으로 감추며 찬송을 마무리한다. 내가 기도하고 아내가 아멘으로 화답하고 성경을 함께 읽는다. 읽은 성경을 놓고 설교가 아닌 토의를 하며 그 성경 구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나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