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협상에 한국이 빠지다니
한반도 비핵화협상에 한국이 빠지다니
  • 승인 2019.07.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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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불참한 것을 두고 한반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영토에서 열린 북미 회동에 우리나라 국가 원수가 참석도 하지 못한 현실을 두고 제기되는 우려이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의 ‘통미봉남’이나 ‘코리아패싱’이 고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난 후 4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불발에 그치기는 했지만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나아가 재개될 북미 실무협상에서 성과가 있을 경우 올 연내에 추가 남북 정상회담이나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대북 제재완화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오히려 통미봉남 현상이 더욱 두르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판문점 회동에서 미국과 북한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으로 2∼3주 내 착수하겠다고 했고 미국은 기존 협상 팀이, 북한은 외무성 라인이 담당할 것이라 했다. 북미 협상에서 대남 공작을 담당하는 통전부 사단이 물러서고 외무성 중심으로 협상 팀이 재편된 것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을 통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서 ‘운전자’ 역할을 자임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것이 ‘중재자’로 밀려나더니 이제는 북미 회동에 참석도 못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 ‘개성공단 재개’를 포함한 제재완화를 주장해 왔지만 미국의 동의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북한이 볼 때는 문 대통령의 역할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한국을 빼고 미국과만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볼 때 이런 ‘코리아 패싱’이 자업자득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제재완화를 위해 동분서주한 것이 김정은에게는 ‘오지랖’ 넓은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빠지라’고 한 것이다. 미국도 우리 정부가 오히려 북한 편만 듦으로써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FFVD’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등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역할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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