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이번엔 배관 타고 창문까지 열었다…혼족 여성 노린 범죄 기승
그놈, 이번엔 배관 타고 창문까지 열었다…혼족 여성 노린 범죄 기승
  • 정은빈
  • 승인 2019.07.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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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 원룸 침입 시도한 남자
20대 집주인 비명소리에 도망
경찰, CCTV 통해 경로 추적
여성회 “법적 조치 강화해야”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주거침입·성범죄 등 범죄가 기승이 부리자 여성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2일 누군가 20대 여성 혼자 사는 상인동 한 원룸에 몰래 들어가려다 달아났다는 신고를 접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여·26)씨는 이날 오전 0시 30분께 혼자 집에 있다 창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한 남성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남성은 A씨가 놀라 소리를 지르자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원룸 건물 배관을 타고 2층까지 올라 침입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진술 시 “전에도 누군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려 한 적이 있다”며 불안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순찰을 강화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CC(폐쇄회로)TV를 통해 추적 중이지만 오인 신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최근 서울·광주 등 전국에서 잇따랐다. 지난달 18일 광주 서구에서는 술에 취한 여성 뒤를 밟아 집까지 따라 들어가려 한 B(39)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만취한 채 건물 입구에 앉아 있는 여성을 15분 동안 지켜보고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 5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귀가 중인 여성을 집 앞까지 쫓아가 침입을 시도한 C(39)씨를 포착한 CCTV 영상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확산해 공분을 샀다. C씨는 여성이 집 안에 들어간 뒤에도 10여분 동안 문 열기를 시도하거나 집 앞을 서성이며 범행 기회를 엿본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들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한 자구책도 등장했다. ‘센 남성처럼 보이는 이름’ 명단은 그 중 하나다. 택배 혹은 배달 요청 시 주문자 이름으로 곽두팔, 권필쌍, 육만춘 등을 실제 이름 대신 사용하는 식이다. 일부러 현관에 남성용 신발을 두거나 휴대폰, PC 스피커로 남성 음성 파일을 켜두는 방법도 있다.

여성단체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미영 대구여성회 사무처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문화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이나 교육의 확대”라면서 “법적 조치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범죄 미수는 벌금 8만원에 그치는 경범죄 처벌 대상이고 ‘스토킹 처벌법’은 국회 계류 중이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나 경찰이 안심 귀갓길 서비스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치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들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책임 전가나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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