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고, 나는 여자다
나는 남자고, 나는 여자다
  • 승인 2019.07.0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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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오래전부터 내 속에 그녀가 살고 있었다. 나는 몰랐다. 내속에 그녀가 살고 있었는지를. 그녀는 나 몰래 나의 일상을 모두 훔쳐보고 있었고, 나 몰래 일기장 같은 내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 속에 살고 있는 그녀, 그녀의 이름은 아니마(anima)다.

무슨 소설 속의 한 부분 같은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실제 그녀가 내 속에 살고 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싶어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다.

‘아니마’라는 말은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일 것이다. 아니마는 심리학자 칼 융이 주장한 개념으로 남성 속의 여성성을 말한다. 칼 융(Carl Gustav Jung , 1875년- 1961년)은 스위스의 정신의학자로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이다. 융은 어린 시절 독특한 자기 개인의 경험을 통해 아니마란 개념을 만들어 내었다. 권위적이고 엄한 아버지와 병원에 장기 입원하던 어머니 사이에 그는 늘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외로움이 융을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외로움과 혼자의 시간을 통해 융은 자기 내적인 부분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융은 늘 자기 속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그 속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나무로 만든 2인치 크기의 사람 모양의 목각인형을 만들어 대화를 하기도 했다니 참 엉뚱하고, 어찌 보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였을 법도 한,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그러나 외로움과 아픔은 그에게 엄청난 에너지가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더 들여다보고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 결과 수많은 이론을 만들었고 그중 남성 속의 여성성 ‘아니마(anima)’와 여성 속의 남성성 ‘아니무스(animus)’라는 개념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심리학을 배우며 처음 접한 그의 이야기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내 속에 여성성이 있다는 말에 막혔던 무언가가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었다. 필자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그냥 남성 여성으로 나뉘었지만 그 안에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존재한 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터였다.

간단히 말하면 나는 남자인 아버지의 유전자와 여성인 엄마의 유전자를 함께 물려받은 존재다. 그래서 남자라 해서 남자인 아버지의 유전자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여자인 엄마의 유전자도 함께 물려받았다. 그래서 나는 남자이면서도 여자이다. 내 속의 여성성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다. 나이가 들면서 남성이 눈물이 많아지고, 여성이 더 사회적으로 활동적이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 속에 살던 여성성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우리 딸이다. 딸은 나를 참 많이 닮았다. 나를 꼭 닮은 우리 딸 역시 자신의 속에는 아빠인 나의 남성성이 있는 것이다.

요즘 남녀 대립의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 역시 참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남녀 대립의 문제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란 건 안다. 그러나 일부에서 시작된 대립의 문제는 매스컴을 통해 전달되고, SNS를 통해서 젊은 세대들에게 빠른 속도로 산불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필자는 이 부분을 눈여겨보고 있다. 대립을 넘어, 조롱으로(한남 충, 김치녀 등), 조롱을 넘어 혐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남성 우월주의, 여성 우월주의를 외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어서 참으로 걱정이다.

누구는 너무 앞서 걱정한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고, 젊은 학생들을 많이 만나면서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변해간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 또는 젊은 청년들이 남과 여, 마치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우리는 남자이면서 여자이고, 여자이면서 남자다. 그러니 누가 낫네, 누가 못하네 하면서 다투지 말고, 내 몸 아끼듯 서로 손 잡고 함께 재미있게 잘 살았으면 정말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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