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 때는 더위로 도리를 죽여라
더울 때는 더위로 도리를 죽여라
  • 승인 2019.07.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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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교장
오늘 7월 5일은, 70년 전 백범 김구를 효창공원에 봉안한 날이다. 1949년 6월 26일에 백범 김구는 경교장에서 안두희에게 흉탄을 맞고 순국하였다. “우리들은 다만 통곡할 뿐입니다. 울고 또 울고 울음밖에는 …”국민들은 오열하며 거족적인 국민장의 장례를 지켜보았었다.김구는 1911년 안중근의 사촌동생 ‘안명근 사건’관련자로 체포되어 17년 형을 언도 받았다. 이때 감옥에서 이름을 김구(金龜)에서 김구(金九)로 개명을 하고, 당호 연하(蓮下)를 버리고 백범(白凡)이라고 하여 옥중 동지들에게 알렸다. ‘이름자를 고친 것은 왜놈의 국적에서 이탈하는 뜻이오. 백범(白凡)이라 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천하다는 백정과 무식한 범부까지 전부가 적어도 나만한 애국심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하자 하는 내 원을 표하는 것이니, 우리 동포의 애국심과 지식의 정도를 그만큼이라도 높이지 아니하고는 완전한 독립국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오. 나는 감옥에서 뜰을 쓸고 유리창을 닦을 때마다 하나님께 빌었소. 우리나라가 독립하여 정부가 생기거든 그 집의 뜰을 쓸고 유리창을 닦는 일을 하여 보고 죽게 하소서 하고.’

백범은 서대문 감옥에서 제2과장 왜놈과 싸운 일로 인천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인천 감옥에서 백범은 아침마다 다른 죄수 하나와 쇠사슬로 허리를 마주 매여 짝을 지어 축항 공사장으로 나갔다. 그 곳에서 흙 지게를 등에 지고 십여 길이나 되는 사닥다리를 오르내렸다. 보름도 못하여 어깨는 붓고 등은 헐고 발은 부어서 운신을 못하게 되었다. 여러 번 무거운 짐을 진 채로 높은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을 생각도 하였으나 쇠사슬로 같이 묶인 죄수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백범은 조금도 편하고자 하는 잔꾀를 버리기로 했다.

백범은 ‘열즉열살도리 한즉한살도리’의 방법을 생각하였다. ‘더울 때는 더위로 도리를 죽이고, 추울 때는 추위로 도리를 죽여라.’는 뜻이다. 선가(禪家)에서 쓰는 말을 떠올린 것이다.

도리는 ‘아사리’를 말한다.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의 행위를 바르게 지도하여 그 제자에게는 모범이 될 수 있는 승려’를 말한다. ‘열즉열살도리’는 ‘더울 때는 더위로 도리를 죽여라’는 뜻은 ‘죽을 만큼 힘들 때 죽을 만큼 힘든 그 고비를 죽음처럼 넘겨라’는 의미일 게다. 백범은 ‘그리하였더니 몸이 아프기는 마찬가지라도 마음은 편안하였다’고 술회하였다. 김구는 ‘백범일지(白凡逸志)’를 쓰면서도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 되어서 몸에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일을 시작할 때에 어린 두 아들에게 유서 대신으로 쓴다고 하였다. 윤봉길 사건 이후에는 민족 독립운동에 대한 경륜과 소회를 고하려고 쓴 것인데 이것 역시 유서의 의미라 하였다. 일지(逸志)라는 말 자체가 ‘훌륭하고 뛰어난 지조’를 말하는데 어떤 경지를 뛰어넘었다는 의미가 강한 말이다. 일지든 일기든 기록으로 남겨야 하리라. 백범은 ‘나는 우리나라의 청년 남녀가 모두 과거의 조그맣고 좁다란 생각을 버리고 우리 민족이 큰 사명에 눈을 떠서 제 마음을 닦고 제 힘을 기르기로 낙을 삼기를 바란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이 정신을 가지고 이 방향으로 힘을 쓸진대 30년이 못하여 우리 민족은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될 것을 확신하는 바이다.’고 했다.‘괄목상대(刮目相對)’란 상대방의 학식이나 재주가 갑자기 몰라볼 정도로 나아졌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왕 손권의 부하 중에 여몽(呂蒙)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서 배우지 못했다. 손권은 무식한 여몽이 학문을 깨우치도록 충고했다. 그 후 여몽은 전장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공부했다. 재상인 친구 노숙이 여몽과 의논할 일이 있어 찾아왔다. 노숙은 여몽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의 박식함에 깜짝 놀랐다. 여몽은 노숙에게 ‘사별삼일(士別三日) 괄목상대(刮目相對)’라 말했다. ‘선비가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대해야 할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하는 법이라네.’했다. 요즘 위정자들은 떠들기만 할뿐 달라진 게 없다. 그저 국론만 분열시켜 꼴같잖다. ‘더울 때는 더위로 도리를 죽여라.’ 백범은 괄목상대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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