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 신진작가 미소展…누구도 피할 수 없는 ‘폭력의 회오리’
수성아트피아, 신진작가 미소展…누구도 피할 수 없는 ‘폭력의 회오리’
  • 황인옥
  • 승인 2019.07.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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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경험서 사회현상으로 확대
전체에 휩쓸려가는 인간상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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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작 ‘집단’

작가 미소를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 작가는 3년전 개인전에 벌거벗은 여인의 봄 이곳저곳에서 일그러진 얼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작품들을 내놓으며 무언가를 항변하고 있었다. 작가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찼고, 내면의 응어리진 상처와 분노는 그림에 오롯이 투영됐다.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을 때였어요. 그로 인해 고통스러웠죠.”

최근 시작한 수성아트피아 신진작가 발굴을 위한 기획에 초대되어 개인전을 꾸린 작가는 한층 밝아 보였다. 3년전의 어두운 그림자는 자취를 감춘 듯 했다. “편안해 보인다”는 인사에 “지난 3년간 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그림에 토해내면서 많이 치유됐다”며 환한 얼굴로 응수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폭력’을 주제로 한 작품 30여점을 모았다.

작가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상처와의 긴 사투로 점철됐다. 여전히 작업의 주제가 ‘폭력’인 것만 봐도 ‘폭력’이 얼마나 강렬하게 그녀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했다. 그러나 3년이라는 세월은 일그러진 얼굴에 온기가 찾아들 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물리적이면서 심리적인 시간이다. 그 사이에 작가의 작업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개인차원에서 사회차원의 주제의 확장이었다.

“개인적인 폭력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회적인 폭력으로 주제를 확장했어요. 개인차원에서 일반차원으로 확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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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작 ‘PATHOS’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 폭력으로 일반화한데는 ‘소통의 문제’가 자리했다. 작가가 “내가 겪었던 폭행을 직접적으로 드러냈을 때 대화의 단절을 경험했다”고 서두를 꺼냈다. “페미니즘으로 국한하기도 하고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법으로 치부하기도 했어요.” 자고나면 뉴스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주제가 폭력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소외 문제가 대두되면서 폭력은 점점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현상을 돌려 표현하면 누구나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내 이야기를 하지만 일반적인 이야기로 포장을 해요. 폭력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제 이야기가 아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주제로 풀어내죠. 이럴 경우 대화가 쉬워지죠.”

전시작 ‘집단에 대한 작업이나 과정과방식’은 사회구성원이 ‘폭력’에 어떻게 휩쓸리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에는 한 무리의 에너지 덩어리가 회오리치는 형상잎 표현돼 있다. 작가가 “폭력에 대해 나는 좀 다른 생각을 하는데 여러 이유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휩쓸려 가는 세태에 대한 표현”이라고 했다. “개인이 다른 의견을 가질 경우 거대한 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견해가 있다 해도 무시하고 시류에 휩쓸려가는 것 같아요.”

설치작품 ‘전염’은 개인의 의견이 어떻게 시류에 휩쓸려 가는지에 대한 과정을 보여준다. 상반신 형상 수십 개를 얇고 투명한 플라스틱 호수로 연결해 조각처럼 구현하고 붉은색 액체를 흘려보낸 작품이다. 액체는 시간이 흐르면서 옆 형상으로 확장되고 결국 모든 형상을 붉게 물들이게 된다. “한 사람의 생각이 옆사람에게로 타고 가서 전염되고, 결국 한 사회의 지배적인 생각으로 세를 확장하게 되는 구조를 설명했어요.”

수성아트피아 기획 ‘2019 수성신진작가전’으로 열리는 미소 개인전은 14일까지. 작가와 함께 하는 시민참여 워크숍 ‘따귀 맞은 영혼 :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시간’은 6일 오후 1시. 053-668-158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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