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이 내딛지 못하는 한 발
침침해진 눈이 분별을 못함인가
두려움 가득한 머리가
경계를 늦추지 않음인가
둥둥 떠 있는 마음이
착지를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믿음이 부족한 때문일까
찬바람 부는 계절 탓일까
겨울이 다하기 전
나보다 너를 생각할 줄 알았으면
한 해가 다 하기 전
감사한 마음 가득 채워
따스한 사랑으로 불 지폈으면
◇靑蘭 왕영분= 월간문학세계 시 부분 신인상(03),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화문인협회 회원, 다산문학 대상, 한국미소문학 대상, 개인시집 : 참나리 사계를 살다, 햇살 한줌의 행복, 속삭임.
<해설> 문턱에서 멈칫거리는 이유는 무얼까? 화자는 그 경계 선상에서 상당한 고뇌를 한다. 우리의 삶이란 늘 그처럼 서성거리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세상 밖으로 나가지만 실상은 그 경계에 멈추어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따스한 믿음이나 사랑이 있다면 선뜻 그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문턱에서 멈칫거리는 것은 나의 내부 분별이 바깥과 다르기 때문이리라. 독자를 바라보는 화자의 따뜻한 감성의 서정이 감미롭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