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을 봐야 눈물 흘릴텐가
관을 봐야 눈물 흘릴텐가
  • 승인 2019.07.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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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아베의 정확한 요격술에 대한민국이 살 맞은 새가 됐다. 국민들은 항일 정신을 다시 꺼내들고, 기업인들은 방어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려는 태세다. 문 대통령은 "상호 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하면서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했다.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도 밝혔다. 실은 최근 열렸던 G20 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규제가 없는 자유무역을 선언했고, 이번 일본의 행위는 이 발언과 대치되는 행동이다. 물론 국제무역기구 WTO 협정에도 위배되는 행위다.
하지만 백 번 원칙을 얘기해봤자 소용이 없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 됐다. 수습책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는 돌고돌아 애플과 델 HP는 물론이고 구글 등 인터넷 업체들까지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생기게 되므로 결국 세계의 화살이 일본에게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는 행위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눈 앞에서 이런 일을 당하는 우리 기업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중국 규제에 쥐어터지더니 이제는 일본 IT 기초소재 수출규제가 막혀있고... 정부는 초대형 악재 앞에서 거의 속수무책이다. 이런 일에 대비해 정부가 진작부터 조밀하게 갈무리 해 온 노하우도 없다. 외교적으로 실리를 추구해 본 적이 별로 없는 정부는 이번에도 명분만을 내세운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지난 4일부터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현실화 하자 수출 규제에 나선 3가지 반도체 소재 중 '포토리지스트(Photoresist)'가 국내 파운드리 산업 자체를 흔들 수 있는 폭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포토리지스트는 빛에 노출되면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물질로 반도체 제조과정 중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Photo) 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재다. 특히 이번에 일본이 지목한 포토리지스트는 EUV(극자외선) 공정에 쓰이는 핵심 재료로 삼성전자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일본의 포토리지스트가 없으면 EUV 공정을 정상적으로 돌릴 수 없고, 이것은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하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삼성전자가 어렵게 구한 고객사를 외국의 경쟁사에게 뺏길 수 밖에 없고, 생산 차질로 깨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 자체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하는 트럼프에게 한국도 좀 와달라고 한 정상 간 통화내용이 공개되면서 구걸식 외교에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한미관계는 예전 같지가 않다. 한미연합 훈련도 거의 사라지고 북한은 한국은 빠지라며 미국과 바로 소통하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 와중에 일본은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보이콧에 동참하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외교의 힘을 발휘했다. 그러니 이번 사태에 미국은 짐짓 모른 척 하며 개입하지 않고 있고 더나아가 일본은 이미 이번 일을 사전에 미국에 알렸다는 주장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그런데 한국은 대북제제 축소만을 외치며 온 동네방네를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우리 기업 보호를 위해 그다지 큰 노력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번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그동안 '북돋우기보다는 윽박만 지르던' 기업총수를 불러 모은다, 대책회의를 한다고 야단이다.

가마솥 뚜껑 위에서 맴맴 돌기만 하다가 솥이 지글지글 달아오르니 그제서야 안절부절인데, 딱히 솥뚜껑에서 벗어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소재와 장비의 자립이 결국 대안이라는데, 우리나라에 그만한 기초과학이 뒷받침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또 눈 먼 돈이 연구개발비로 날아갈 판이다. 잘못은 정치와 외교에서 저질러 놓고 대가는 기업들이 치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과 일본은 견고한 경제 기반 위에서 승승장구 하는데, 그 우방국이라는 대한민국만 유독 경제위기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장님 문고리 잡는 소리만 하고 있고, 반 시장 경제정책으로 소상공인들과 기업인들은 그야말로 죽어나고 있다.

이 정부는 정치부터 외교, 안보, 경제까지 옳게 하는 게 별로 없는 듯하다. 그러고도 스스로의 모든 것은 '정확히 옳다'고만 외친다. 그래서 한물 간 이데올로기로 좌(左)와 우(右)가 대립에 대립을 거듭하며 나라 전체가 분열로 찢어지고,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과거 휘젓기'만 끝도 없이 해대는 판국이다.

일본산 불매운동으로 국민들은 악으로 뭉치는데 과연 정부는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이 상황이 오기까지 무엇을 했는가. 정말로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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