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핀 야생화, 화폭에 옮기다
삶 속에 핀 야생화, 화폭에 옮기다
  • 황인옥
  • 승인 2019.07.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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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숙 개인전 ‘야생화와 그림의 만남’
14일까지 KBS대구방송총국 갤러리
풍경화·정물화·야생화 촬영사진 전시
최영숙작-유럽의시골마을
최영숙 작 ‘유럽의 시골마을’.

처음에는 산과 들에 이름없이 핀 풀꽃에 매료됐다. 어디를 가든 눈길은 야생화에 머물렀고, 몇 년이 흐른 뒤 최영숙의 집안은 야생화 천국이 됐다. 야생화 개인전을 열며 꽃처럼 살고 싶었던 그녀의 첫 번째 꿈이 이뤄졌다.

봄바람에 꽃이 피고 가을 서리에 낙엽이 뒹구는 계절들이 겹쳐지면서 “화폭에도 꽃을 피워보면 어떨까” 하는 또 하나의 꿈이 새록새록 차올랐다. 작가로서의 첫 발걸음은 그렇게 시작됐다. “꽃을 가꾸다 그림으로 옮아가게 됐어요.”

최영숙 개인전 ‘야생화와 그림의 만남’전이 KBS대구방송총국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풍경과 정물, 인물화와 작가가 키우고 있는 야생화를 촬영한 사진을 모았다. 전시장의 조명 등에 야생화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야생화 대신 야생화를 찍은 사진을 걸었다.

최영숙은 화가의 아내다. 아동미술학의 대가이자 화가인 윤정방이 그의 남편이다. 화가인 남편 덕분에 물감 냄새는 그녀에게 익숙한 향이었다. 남편의 영향 탓이었을까?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그녀의 집안은 예술가 집안이 돼갔다. 아들이 디자인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있고, 딸은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며느리는 응용미술을, 사위는 사진을 전공했다. 집안이 하나의 미술 사단을 이룬 것.

“가정 분위기가 미술에 젖어 있어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이끌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웠다. 이후 지역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이론과 실기를 병행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독일의 브라운슈바이크와 퓌어트 시에서 운영하는 시민대학 수채화 과정을 수학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그녀의 아들이 독일에 거주하고 있었고, 남편과 나란히 시민대학에 다니게 됐다.

“뒤늦게 외국인들과 어울려 그림으로 소통하고 작품 교환 등으로 교류하며 행복했어요. 남편과 함께여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창작의 원천은 여행이었다. 국내와 유럽 등의 해외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문화와 풍경을 섭렵했다. 특히나 유럽의 유명 미술관을 둘러보며 만난 대가들의 작품이나 그들의 생가에서 깊은 감명을 받고는 했다. 그녀가 키우는 야생화도 단골 소재가 됐다. 야생초는 인생의 시름을 잊게 하는 좋은 친구였다.

“야생초와 친구가 되어 속삭이고 꽃 그림을 그리면 잡념에서 해방 됐어요.”

그녀가 헬렌 켈러를 언급했다. 말하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 여사는 그의 수필에서 “단 3일만 볼 수 있다면 첫날은 스승의 얼굴을 보고, 둘째 날은 일출과 일몰 그리고 아름다운 꽃을 보고, 셋째 날은 영화를 보고 3일간의 행복을 준 신에게 감사겠다”고 한 대목을 소개했다. 매일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감사에 대한 에두른 표현이었다. 전시는 14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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