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을 권리
외롭지 않을 권리
  • 승인 2019.07.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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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영국에는 ‘외로움 담당 장관’이 있다. 외로움이 심장병, 치매 확률을 높여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를 전제로 외로움 관련 전략을 마련하고, 사람을 연결하는 사회단체 등을 지원하는 부서다. 영국에서 고독감으로 고통받는 인구가 900만 명에 이른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결과다.

외로움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피를 피우는 것만큼 해롭다고 한다. 이쯤되면 외로움도 질병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영국 못지않게 외로움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비혼과 만혼, 고령화 등으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생활패턴도 개인화되고 있어 누구나 외로운 시대가 되었다. 실제 선택이든 아니든 1인 가구의 삶은 쉽게 외로움과 마주하게 된다.

정부는 2018년 복지부에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하고 자살예방과 고독사 예방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부산시가 ‘부산시민 외로움 치유와 행복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부산시 조례에 의하면 외로움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라고 인식한다. 개인의 선택이 아닌 외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시민에게 초점을 맞춰 홀로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 들지 않게 위로와 안정감을 주는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로움치유센터를 두고 상담 및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많은 자치단체가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는 시행 중이지만, 외로움 치유 조례를 제정한 자치단체는 없기에 눈길이 간다.

외로움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공동체 구성원이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당연하지만 노인복지 차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외로움’이라는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서와 조례 차원의 관료적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

저출산 정책이 특정 부서가 아니라 모든 정책 영역, 전 과정의 성평등과 연계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듯이 외로움은 일상에서의 네트워크 활동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일과 여가 등 모든 영역에서 ‘좋은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어야 외롭지 않다.

유엔이 발표하는 국가별 행복 순위 상위 국가는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인데 이들 나라의 국민이 행복한 것은 ‘행복’정책 보다는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평등’에 있지 않은가. 행복을 위해서는 평등해야 하고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가 열려있어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다름의 원칙은 지키되 제외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내가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상대를 대하면 된다.

외로움 해결방법은 가족의 복원, 복지 지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역에 기반한 네트워크활성화를 빼 놓을 수 없다.

멀리 있는 자식보다 생활반경 가까이 있는 이웃이 외로움 해결사이다. 마을만들기로 시작되는 주민자치가 중요한 이유의 하나이다. 이웃이 함께하는 마을공동체가 형성된다면 1인 가구, 노인의 외로움은 줄어들 수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들 수 있다.

영국의 예를 보더라도 그렇다.

대형 수퍼마켓 매장 내 카페에 ‘대화 탁자(Talking Tables)’를 두고 누구든 외로움을 느낀 사람이 앉으면 또 다른 사람이 다가가 서로 수다를 떨 수 있도록 한다. 지역사회에 카페, 정원, 미술 작업 공간 등을 만들어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는 정책들을 봐도 사람이 외로움처방제이다.

더불어 의사들이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요리 강좌 참여나 동호회 가입과 같은 교류 활동을 하라는 ‘사회적 처방’ 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도 정비한다고 하니 사람활용법이 핵심이다.

이웃과 동네한바퀴 산책하기, 같이 조리하고 식사하기 등 일상이 보호받고 유지되는 삶이 외롭지 않은 미래가 아닐까.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삶, 실패나 실수도 인정되는 마을에서의 삶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이웃사촌을 넘어서는 이웃 자매, 형제를 만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눌 마을 아지트를 찾아내자. 외로움을 녹일 수 있는 뜨끈한 장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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