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건음악회
[문화칼럼] 이건음악회
  • 승인 2019.07.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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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오늘 저녁 수성아트피아 용지 홀에서 특별한 음악회가 열린다. 대기업도 아닌 중견 기업에서 30년 째 무료 음악회를 열고 있는 것이 그렇고,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장르를 다수 소개 해온 것 또한 그렇다. 물론 출연한 아티스트 수준도 최정상급이다. 긴 세월동안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그들의 의지로 인하여 색깔이 분명한 콘셉트의 음악회를 만들어 왔다. 그들만의 공연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제는 믿고 보는 음악회 바로 ‘이건음악회’다.

건축자재 전문기업 ‘이건’은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199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음악회를 열어 왔다.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린 기업의 입장에서 해마다 이런 음악회를 연다는 것은 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특히 IMF로 인하여 어려운 회사 사정에도 음악회를 거르지 않았다는 것은 어지간한 신념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 지원활동을 뜻하는 ‘메세나(Mecenat)’를 기치로 한 비영리 사단법인이 있다. 1994년 창립한 ‘한국메세나협회.’ 이 협회는 대표적 사업 ‘예술지원 매칭펀드’를 통해서, 민간 예술단체가 기업으로부터 펀드를 조성하면 협회에서도 여기에 비례한 예산을 예술단체에 지원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하는 한국메세나협회는 대기업 총수가 주로 회장을 맡아 왔는데 중견기업 이건창호의 박영주 대표가 꽤 긴 기간 동안 회장을 역임 한 것만 보더라도 ‘이건’이라는 기업의 메세나에 대한 의지와 사회의 평가를 우리는 알 수 있다.

많은 기업의 메세나 활동과, 그들의 후원아래 예술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이 공연은 그 족적이 특별히 뚜렷하다. 흥행을 생각하는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콘셉트의 공연을 해왔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미 그 분야의 최고 아티스트를 꾸준히 소개 했다는 점. 특히 요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삼십년이나 지속 해 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첫해 이건산업 합판공장에서 연 체코 ‘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공연을 시작으로 작년 세계적 클래식 기타리스트 ‘밀로쉬 카라다글리치’ 까지 매년 특별한 연주자를 초청 해왔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선욱, 베를린 필의 단원들을 포함한 우리에게 익숙한 아티스트들도 참여 했지만 폴리쉬 챔버 싱어즈, 웬델 브르니어스 재즈밴드 그리고 아비 아비탈(만돌린)과 모스크바 스테렌스크 수도원 합창단 등 우리가 그 존재조차 몰랐던 보석들을 찾아내 이건음악회의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이 음악회와 겸하여 특별한 사연을 가진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도 열고 있다. 올해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인천 혜광학교에서 진행할 예정인데 따뜻한 감동을 나누는 시간이 되리라 본다. 또한 이 음악회를 위한 창작곡 공모도 하고 있다. 이번에는 ‘베를린 필 이건앙상블’이 직접 심사해 뽑은 젊은 작곡가 강한뫼의 ‘아리랑 환타지아’를 앙코르 곡으로 준비했다. 지난 봄 LA필이 내한 했을 때 엄청난 비즈니스 와중에도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을 준 것처럼 이건음악회도 멋진 음악회를 넘어서서 함께 공감하는 멋진 시간을 만들고 있다.

서른 번째 맞는 올해 이건음악회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 12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이미 세 차례나 이 음악회 무대에 오른 베를린 필의 몇몇 단원을 중심으로 한 이번 앙상블 팀은 이 행사의 뜻에 깊이 감동하여 그들 스스로 ‘베를린 필하모닉 이건앙상블’로 명명하였다. 자부심 대단한 베를린 필 단원들이 보여주는 이런 마음은 서로의 호흡이 특별히 중요한 실내악 연주에 있어서 더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 내리라, 최선을 다하리라 기대하게 만든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건음악회는 관객을 초대하는 과정도 아름답다. 공연을 보고자하는 사람은 ‘이건음악회 블로그’에 사연응모 이벤트를 통해 공연을 볼 수 있다. 본인이 꼭 봐야하는 사연, 함께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사연 그리고 추천하고 싶은 감사한 지인에 대한 사연 중 한 가지를 택해서 응모하면 선별하여 티켓을 선사한다. 무더운 칠월의 여름 밤. 비발디 사계를 비롯한 청량한 음악을 베를린 필 이건앙상블의 연주로 감상하는 특별한 공연이 바로 오늘 밤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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