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더 키움, 김종언展 “눈 내리는 야경은 사람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갤러리 더 키움, 김종언展 “눈 내리는 야경은 사람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 황인옥
  • 승인 2019.07.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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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숨은 삶의 긴장감
직접 다니며 그림으로 기록
밤새-홍제동
김종언 작 ‘밤새... 홍제동’

긴장된 마음을 단숨에 무장해제 시키는 유려한 전원 풍경이나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의 단면에 마음을 빼앗긴 적은 애초에 없었다. 작가 김종언의 마음을 가열차게 흔드는 풍경은 일관되게 하나였다.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살 냄새 맡으며 정겹게 살아가는, 그러나 삶의 결은 치열하기 그지없는 후미진 골목이었다.

“전원풍경에서 긴장감을 찾기는 힘들었어요. 밋밋하고 심심했죠. 반면에 골목에는 치열함과 기쁨이 드라마틱하게 교차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김종언은 골목을 그린다. 그 중 도심의 산동네 골목에 집중한다. 왜 수많은 풍경 중에서 도시 외곽의 산등성이나 산비탈 등 비교적 높은 지대의 산동네를 택했을까? 그가 “내가 관심을 가지는 대상은 풍경 자체보다 풍경 속 사람”이라는 단초를 던졌다. “어느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산동네 사람들의 긴장된 삶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봐요.”

작가의 골목에는 어김없이 눈이 내리고 가로등이 야경을 밝힌다. 작품 속 시점은 ‘밤’, 화룡점정은 ‘눈’이다. 작가는 ‘밤’과 ‘야경’을 일종의 조미료로 활용한다. 그에게 이 두 소재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촉매제로 활용된다. 그의 그림이 그림 이전에 인문학서라는 이야기다. 작가는 골목, 눈, 밤 등의 소재로 인간에 대한 지극한 시선을 담아낸다. “눈 내리는 야경이야말로 인간의 삶으로 깊게 빨아들이는 매개가 아닐까 싶었어요.”

인문학적 시선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선결요건은 ‘사색과 성찰’이다. 작가가 산동네의 풍경이 진하게 남아있는 전라도 광주나 목포, 서울 홍제동 등의 눈 내리는 밤길을 수없이 헤매고 다닌 이유는 사색과 성찰을 위해서다. 골목에 발자욱이 쌓이는 시간에 비례해 인간을 탐구하는 그의 사색과 성찰도 깊어진다. “골목 풍경을 그리던 초기만 해도 풍경을 그린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나 골목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가는 것을 깨달으면서 풍경이 아닌 사람을 그린다고 느끼게 됐어요.”
 

김종언-작-밤새목포
김종언 작 ‘밤새... 목포’

인간을 다루면서 작위로 흐르면 진정성은 떨어진다. 작가가 간과하지 않는 정신도 진정성이다. 10년이나 헤매고 다니고도 겨울이면 어김없이 골목을 찾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제가 본 풍경을 그리지 상상 속 풍경을 그리지 않아요. 직접 보고 풍경 속 사람들의 향취를 느낀 것을 풍경에 은유해 내죠.”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전국을 뒤져도 산동네는 꼽을 정도다. 화려함을 쫓는 도시인의 선호에 밀려 산동네가 사라지고 있는 것. 그의 작품에서 따스한 온기가 스미는 것은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한 시대 풍경을 고스란히 기록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그의 골목 풍경이 기록화인 이유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도시 골목이 그의 풍경 속에서 조우한다.

“제가 상상 속 골목을 그리지 않고 현실 속 골목을 그리는 이유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 그 골목이 사라졌을 때 기록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기 위함이죠.” 전시는 갤러리 더 키움에서 8월 31일까지. 053-561-757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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