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보신탕 ‘옛말’…뜸해진 시민 발걸음
복날 보신탕 ‘옛말’…뜸해진 시민 발걸음
  • 석지윤
  • 승인 2019.07.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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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점, 매출 반토막 ‘한숨’
“음식 문화 다양성 존중해야”
동물자유연대, 오늘 집회 열고
개 시장 폐쇄·도살 반대 요구
칠성시장
대구 북구 칠성시장은 몸보신 음식의 메카로 복날을 전후해 문전성시를 이루곤 했다. 하지만 보신음식의 이미지 폄훼, 불경기 등 여러 이유 탓에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상황이다. 석지윤기자

“갈수록 장사도 안 되는데 불경기에 음주단속 강화 등 안 좋은 소식만 들리니 미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 집회까지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

초복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12시 30분께, 대구 동구 불로전통시장 인근 한 보양식 전문점의 테이블은 절반 가까이 비어 있었다. 정오 전후로 방문하지 않으면 한 시간가량 가게 밖에서 줄을 서야 했던 수년 전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손님들은 대기 없이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럽지만 업주의 낯빛은 어둡기만 하다.

대구 보신 음식의 중심지 북구 칠성시장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보양탕, 보신탕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들이 밀집한 한 골목에서도 비교적 한산한 탓에 점포 밖에서 한숨을 쉬는 점주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은 한탄했다. 보양음식 전문점 업주 이모(63·대구 북구 칠성동)씨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줄어들다 보니 (보신탕)손님도 자연스럽게 감소했다”며 “복날 전후만 그나마 장사가 되고 그 외엔 손님이 뜸하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최근 시행된 윤창호법도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보양탕에 반주를 곁들이던 손님들이 음주단속이 강화되면서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 보신탕 식당 주인 김모(40·대구 동구 불로동)씨는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단속 대상이니 애주가 손님들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매출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며 “이런 가운데 남의 속도 모르고 식용 반대니 미개하다느니 하는 사람들을 보면 허탈하다. 왜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시민들도 보양식 업계의 불황에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단순 사업자들의 폐업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 식문화의 절멸을 걱정했다. 직장인 정모(33·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이니 존중하지만 그 사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거위 간, 말고기 등 각 나라마다 존재하는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개 식용 문화가 없어지면 모를까 타인의 생존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방식은 이해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자유연대와 지역 동물보호단체들은 초복인 12일 정오 칠성시장에서 개 도살 반대 집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개 식용 금지를 주장하며 칠성시장 개 시장 폐쇄를 요구할 계획이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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