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끌어들이지 말고 정부가 나서라
기업 끌어들이지 말고 정부가 나서라
  • 승인 2019.07.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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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통상마찰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9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소재 수출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에 긴급 안건으로 올려 국제 여론전에 나섰다. 그런가하면 일본은 수출규제 품목을 공작기계와 화학제품으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더 이상 막다른 길로 가지 말라”고 일본에 경고했다. 한·일 통상마찰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갈수록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 언론을 통해 한국에 수출한 에칭가스의 일부가 화학무기용으로 북한에 들어갔다는 식의 의혹만 부풀리면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다. 일본은 지금 한국을 만만하게 보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런 반면 문 대통령은 10일 30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회동에 참석한 그룹 총수들로서는 너무나 충격적인 말이다. 총수들은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원만하게 타결할테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대통령의 속 시원한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회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총수들은 ‘큰일 났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을 것이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만남은 극력 피했어야 할, 그야말로 하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 기업들을 무역전쟁의 전면에 세울 게 아니라 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설령 수출규제 품목을 확대하려는 일본의 기도를 막더라도 “독가스 원료를 북에 넘긴다”는 등의 억지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턱없는 루머를 방치했다가는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국제적 의심까지 사게 된다. ‘한국을 잘못 건드렸다’고 후회하도록 철저히 따져야 한다.

일본은 무서운 나라다. 치밀한 전략 아래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랫동안 일본 정부부처가 총동원돼 한국의 급소를 찾았고 한국의 대응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책도 다각도로 준비했다는 보도가 있다. 그런 만큼 우리도 중구난방으로 대응해서는 곤란하다. 냉정하게 일본의 전략을 파악하고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책을 짜야 한다. 일본의 명분을 일도양단할 논리를 찾아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처럼 우리 기업들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얻어맞고 국격이 땅에 떨어지는 수치스러운 일이 재연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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