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경계실패에 허위자수·은폐까지
해군, 경계실패에 허위자수·은폐까지
  • 승인 2019.07.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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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으로 경계 실패와 축소·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경기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거동수상자를 놓치자 가짜 자수자를 만들었는가 하면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삼척항 북한 목선 사건이 동해의 경계태세가 구멍투성이인 것을 드러냈다면 이번 사건은 서해의 안보태세가 형편없이 와해됐음을 말해 준다.

더 기가 막힌 건 군 헌병대에 자수한 병사가 나타나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직속 상급자인 영관 장교의 강요에 의한 허위 자수가 밝혀진 사실이다. 해당 장교는 부대가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누가 자수해주면 상황이 종료되고 편하게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정작 거동 수상자는 찾지 못하고 대신 거동 수상자를 만들어내는 조작까지 시도한 것이다. 삼척항 북한 목선 입항 사건 뒤 ‘환골탈태’하겠다던 정경두 국방장관의 다짐도 빈말이었다. 기강 해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군에 따르면 지난 4일 밤 해군 2함대사령부 탄약 창고 근처에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거동수상자가 발견됐으나 모자를 쓰고 가방을 맨 용의자는 초병의 암구호에 응하지 않고 도주했다. 이후 해군은 기동타격대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으나 거동수상자를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 최고 수준의 경계가 유지돼야 할 군사령부에서 거동수상자가 출몰하고, 체포조까지 출동했는데도 놓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계와 작전의 실패다.

심지어 해당 부대는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일주일가량 상부에 보고도 안했다. 군 출신인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12일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하자 그제야 군 당국은 서둘러 언론에 이 사건을 알렸다. 그동안 합참이나 국방장관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한 장교의 개인적 일탈로만 볼 수 없다. 사건을 덮기 위해 조작했는가하면 보고도 안한 것은 우리 군의 총체적인 기강 문란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은 북한 목선 사태로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진 시점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경계실패도 문제지만 어떻게든 잘못을 감추려는 군의 은폐ㆍ조작 습성의 고질화가 더 큰 문제다. 군 당국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처분한다고 밝혔지만 하급자 처벌로 꼬리를 자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 군은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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