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 끊길 위기에 놓인 대구 수제화 골목
명맥 끊길 위기에 놓인 대구 수제화 골목
  • 장성환
  • 승인 2019.07.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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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유지·임대료 내기도 벅차
대부분 장인 60대 이상 고령자
기술 배우려는 후계자도 전무
“40억짜리 구청사업 도움 안 돼
매출 영향 없고 임대료만 올라”
대구중구수제화골목
골목 상권 침체와 경제난 등의 이유로 대구 중구 수제화 골목 장인들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오후 1시께 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의 한산한 모습.
장성환 기자

대구 중구 수제화 골목 장인들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수제화 구두를 만들 수 있는 기술 장인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 활동하는 장인들도 모두 60대 이상의 고령이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원하는 수제화 가격에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관련 기술을 배우겠다는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12일 오후 1시께 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 인근에 있는 10여 곳의 수제화 가게 중 손님이 있는 곳은 한두 군데에 불과했다.

대부분 가게는 이따금 문의 전화만 걸려올 뿐 신발을 맞추는 손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제화 가게 주인들은 하루에 신발 1켤레 팔기도 힘들다며 구두수선으로 겨우 먹고산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진학(71)씨도 마찬가지다. 국민학교 졸업 후 50년 동안 구두 제작 및 수선 일을 했다는 그는 한 달에 수제화 2켤레 이상 팔기도 힘들어 임대료 내기조차 버겁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값싼 중국산 기성화가 밀려들어 오면서 구두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막노동판으로 빠져나갔을 때도 끝까지 이 일을 놓지 않았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이 나이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전했다.

가족경영으로 겨우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는 백슬기(37)씨 역시 수제화 판매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백씨는 “50년 경력의 아버지께서 수제화를 만들고 계시지만 손님들이 생각하는 가격이랑 단가가 맞지 않아 힘들다”며 “아버지를 포함해 장인분들이 고령이라 대부분 몇 년 내로 은퇴하실 텐데 돈을 벌기 어렵다 보니 기술 배우려는 후계자가 없어 명맥이 끊길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대구 중구청은 경기 침체로 수제화 골목 장인들이 떠나고 상인들도 어려움을 겪자 골목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13년 ‘솔솔솔, 빨간구두 속 보물찾기 사업’이 국토부 도시활력증진 지역개발사업으로 선정되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0억 원을 투입해 도로 정비, 간판 정비, 상징조형물 설치 등 미관 개선에 힘썼을 뿐만 아니라 수제화 제작 체험·판매·전시 등이 가능한 ‘수제화슈즈센터’를 조성하고, 수제화 골목 홍보를 위한 ‘빨간구두 이야기 축제’도 개최했다.

하지만 일부 수제화 골목 장인과 상인들은 이러한 사업들이 효과가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상인 김 모씨는 “미관이 개선돼도 손님 수는 그대로인데 건물주가 손님이 늘었을 거라고 생각해 임대료만 올라갔다”며 “빨간구두 이야기 축제에서도 중국산 기성화를 팔 수밖에 없어 오히려 수제화 골목의 이미지만 깎아내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 중구청과 대구시수제화협회 관계자는 “해당 사업들이 개별 가게의 매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수제화 골목 전반의 홍보 등 전체적으로는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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