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비빔밥', 낯선 이들과 어울려 정겹게 한끼 해결
'명가 비빔밥', 낯선 이들과 어울려 정겹게 한끼 해결
  • 이아람
  • 승인 2019.07.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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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센터 중앙광장서 운영
점심시간 하루 매출 70% 발생
자연스러운 합석 문화 생겨나
작은 규모에 종업원 6명 근무
뛰어난 복지에 서비스도 향상
“가게 특성 맞는 구청 지원을”
비빔밥2
신선한 채소와 정성스런 김치가 일품인 4천500원 명가 비빔밥.

 

<착한가격 이 업소> 대구 중구 ‘명가 비빔밥’

여행지에서 맛집에 가면 종종 낯선 이들과 합석을 할 때가 생긴다. 꽤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들의 경험도 본인의 경험으로 재구성해 남긴다. 이 같은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대구에 있다.

대구 중구 메트로센터 중앙광장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오르면 정경옥(여·52)사장이 운영하는 ‘명가’가 보인다. 운영한지는 7년 정도 됐으며 그동안 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착한가격업소 명단에는 4천500원 비빔밥을 대표 메뉴로 올렸다. 신선한 야채와 직접만든 비빔밥 소스, 고슬고슬하게 갓 지어진 백미가 어울려 새콤한 맛을 낸다. 잘 섞여 붉은 빛을 내는 밥에 숟가락으로 조각낸 계란 한점을 곁들이면 매콤하면서 부드러운 맛에 속이 깔끔해진다. 아삭하게 씹히는 상추 등 식감도 잘 살아있다.

매일 담그는 김치와 신선한 식재료 등은 일상에 치여 예민해진 고객들의 성미도 얼추 맞춰낸다. 냉면 등 기타, 계절메뉴에 들어가는 소스 등도 전혀 사 쓰지 않고 직접 만든다. 메뉴 가격은 4천~6천 원 상당이다.

정 사장에 따르면 명가의 주요 고객층은 중앙광장에 모인 어르신, 목표를 향해 밤낮없이 몰두하는 공시생, 오전업무를 끝낸 직장인 등 다양하다. 대구도시철도 1·2호선 반월당역 한 가운데 있어 지하철로 이동하는 유동인구 중에서도 시장함을 느껴 식당가를 기웃거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 하루 매출의 70%가 이 때 발생한다. 결국 손님들이 제때 끼니를 먹고자하는 욕구도 자연스러운 합석으로 이어져 명가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았다.

합석에 대한 목적은 다 다른 것으로 보였다. 어르신들은 특히 젊은이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들이 보는 세상에 대해 듣고 싶어했고 본인의 얘기도 나누고 싶어했다. 음식 맛 등을 빌미로 가까스로 기회를 잡아 인사를 건네는 어르신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행여 자신의 호의가 불편할까 눈치를 보기도 했다.

아직 앳된 얼굴의 학생들은 4천 원 남짓한 점심 값이 부담이 되는 지 메뉴판을 만지작거렸다. 무거워 보이는 어깨 사이로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드러났다.

오전 업무에 시달렸을 한 직장인은 ‘혼밥(혼자 밥을 먹는 행위)’을 자처했다. 유니폼을 입고 홀로 앉아있었지만 얼굴은 매우 평온해보였다. 혼자 있는 그를 대상으로 말을 거는 어르신들이 귀찮을 법 했지만, 어르신들의 영양가없는 농담에 점점 피어나는 얼굴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고 있는 듯 했다.

정 사장은 “가게에 1인 테이블이 두개밖에 없어 개인적으로 식사할 만한 공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권유하기도 전에 어르신들이 먼저 양해를 구해주시고 젊은분들도 이를 언짢게 생각지 않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가 특정시간에만 붐비다보니 손님들이 일행이 있더라도 음식을 먼저 먹으면 밖에서 기다리는 등 예절을 손수 보여주신다”며 “우리 가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이러한 분위기를 생성해낸 것 같다”고 좋아했다.


명가의 다른 특징은 협소한 규모에 비해 종업원이 6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특정시간에 손님이 몰리다 보니 시간대별로 종업원을 구해 집중력과 회전율을 높이는 일종의 자구책이다. 불어난 종업원은 신속하게 음식을 마련했고 결과적으로 명가가 메트로 식당가에서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 일등공신이 됐다. 대체로 직원 평균 근속년수는 3년 이상이다. 1개월 마다 휴가를 주는 등 정 사장이 직원 복지에도 신경을 쓰면서 종업원들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어려있다. 계절마다 회식으로 불편사항도 접수받는다. 작은 가게지만 대기업에 버금가는 서비스 정신과 애사심이 직원들에게 깃든 이유다.

정 사장은 “올해 인건비가 많이 올라 잠시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우리는 종사자에게 최저 시급보다 더 많이 주기로했다”며 “인건비를 높인 대신 손님에게 나가는 음식 질에 대한 요구가 반영이 많이 됐고, 이 때문에 지금은 7년 전에 비해 매출이 배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착한가격업소 가입에 대해선 매우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어르신들로부터 반응이 매우 좋다. 먼저 알아보고 칭찬해주시기도 한다”며 “다만 우리 가게는 지하상가라서 폐기물을 따로 돈을 내고 처리하는 구조로 쓰레기 봉투가 필요없다. 구청이 가게 특성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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