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세계서 되짚는 나의 자아
수의 세계서 되짚는 나의 자아
  • 황인옥
  • 승인 2019.07.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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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안이수’
28일까지 봉산문화회관 무대
4년만에 돌아온 웰메이드 토종작
철학적 요소 가미 몰입도 높여
뮤지컬-이상한나라의안이수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안이수’가 봉산문화회관에서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뮤지컬 소재가 이보다 다양할 수 있을까?’를 보여주는 끝판왕 뮤지컬이 지난 12일부터 봉산문화회관 무대에 올라 이유 있는 반란을 시작했다. 올해 봉산문화회관 상주단체로 활동하는 ‘지오뮤직’의 상주단체 기획공연인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안이수’가 공연 시작과 함께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의 열기로 뜨거운 것.

이 뮤지컬의 탁월성은 소재의 독창성. 학창시절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수의 세계’를 소재로 한다.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수(數)’라는 소재야말로 이 뮤지컬을 원석으로 꼽는 첫 번째 가치다. 주인공 안이수가 소수, 무리수, 음수, 0, 허수 등 다양한 수의 마을을 여행하며 어렵고 지루하게 느꼈던 수의 세계에 흥미롭게 빠져든다는 기발한 스토리가 뮤지컬 소재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알고 보면 수학만큼 재미있는 과목도 없다는 항변이 뮤지컬 전반을 감싸고 도는 것.

스토리가 무르익을수록 한 권의 수학책을 공부한 느낌이 들었다. 기초가 하나씩 쌓일수록 수학 실력도 일취월장하는 수학책처럼 각기 다른 수의 마을을 여행하며 수에 대해 알아갈수록 수에 대한 지식이 쌓이는 것을 느낀다. 마지막 마을을 여행할 때쯤이면 어느새 수학이 말랑말랑해져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거듭될수록 주제에 ‘수’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간파한다. 마치 한 권의 철학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 ‘나는 어떤 수인지’를 찾아 수의 마을을 여행하는 안이수의 질문이 ‘나는 누구인지’를 되물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구지영 대표가 “철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다분히 의도성이 깔려있다”고 시인했다. “자신이 무슨 수(數) 인지 모르는 것이 슬프듯이 내가 누구인지 모를 때도 슬프죠. 모험의 막바지에 자신이 어떤 수인지를 알게 되는 안이수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특히 ‘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말해주고 싶었어요.”

음악, 춤, 연기의 균형감은 이 뮤지컬의 강점이다. 작곡가 구지영이 한국과 중국 민요, 락 등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간결하면서도 신명나게 버무렸다. 그야말로 멜로디가 귀에 착착 감긴다. 젊은 배우들의 연기투혼도 극의 맛을 더한다. 안이수역 이지민, 숫3 역의 윤도현, 수의 여왕 역의 윤화영, 마법사 역의 이응석, 꼬리긴수 역의 강영은, 9할아버지 역의 최봉건 등 신인급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대구의 젊은 인재들이 모여 만든 대구산 창작뮤지컬을 장기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다. 오랜 시간 검증된 작품도 흥행을 보장할 수 없는 문화계 현실에 비춰볼 때 그렇다. 작품의 대본과 연출을 맡은 손호석과 상주단체인 지오뮤직의 대표이자 작곡을 맡은 구지영에게는 일말의 믿는 구석이 있었다. 사실 이 작품은 4년전인 제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으로 무대에 올라 전회 매진의 유의미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한 차례 재공연을 가지고 전국 투어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이라는 것.

4년 만에 ‘시즌2’로 무대에 오른 ‘이상한 나라의 안이수’에는 특별한 점 2가지를 녹여냈다. ‘수’에만 초점을 맞추며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시즌1과 달리 자아를 찾아가는 철학적인 내용을 연상하도록 해 전계층을 아우르고자 했다. 몰입도를 강화한 뮤지컬 넘버도 변화의 한 축이다. 보강할 점도 없지 않았다. 결국 예산문제였다. 무대세트나 무대의상에서 볼거리를 충족시키지 못한 구조는 스토리 집중으로 연결됐고, 이는 단조로움으로 연결될 여지를 남겼다. 공연은 28일까지. 전석2만5천원. 예매는 티켓링커와 인터파크. 문의 053-3049-271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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