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박정희 대통령의 ‘한일회담 타결에 즈음한 특별담화문’을 읽어보시라
[윤덕우 칼럼] 박정희 대통령의 ‘한일회담 타결에 즈음한 특별담화문’을 읽어보시라
  • 승인 2019.07.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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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한국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경제제재에 들어갔다. 수출 과정에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도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앞으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 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을 수입할 때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반도체와 TVㆍ스마트폰 제조 과정의 필수 품목이다. 이들 품목은 일본 업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70~90%에 달한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본격적인 보복조치다. 일본의 입장은 강경하다. 일본 정부는 징용 배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풀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의 금수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이 13년 넘게 끌어온 강제징용 소송에 대해 지난해 10월30일 신일본제철측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춘식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전범기업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쟁점이 됐던 강제 징용 배상청구권에 대해 "이 사건 원고들이 구하는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무관하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적인 손해배상 청구권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강제동원과 관련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국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전방위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국제법 상식에 어긋난 것'이라는 취지로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반도체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반도체 생산에 당장 막대한 타격을 주고 향후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에도 상당한 피해를 줄 전망이다. 다급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박6일간의 장기 일본 출장으로 우선 급한 불은 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상 모든 일들은 인과관계가 있다.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고 정의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목이다. 한달이 모자라는 딱 2년 전의 일이다. 문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한일관계를 언급했다. 문대통령은 "한일관계도 이제 양자관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과거사와 역사문제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발목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해 갈 것입니다. 당면한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서도 양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은 문 대통령의 대일역사관을 반영한 듯하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은 문 대통령의 야심차고 희망 찬 한일관계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는 커녕 한일관계는 꼬일대로 꼬이고 있다. 한일 정상끼리는 물론 실무자들끼리도 마친가지다. 일본은 최근 아베 총리뿐 아니라 관료, 집권당이 뭉쳐서 한국을 공격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확실한 근거도 없이 '한국에 수출된 전략물자가 북한 등으로 밀반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면한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서도 양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던 문 대통령 말이 무색하다. 며칠 전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도쿄에서 열린 한·일 첫 실무협의는 한마디로 가관이다. 임시로 마련된 듯한 회의장은 허름한 사무실이었다. 두나라 실무단은 악수를 하거나 명함 교환도 하지 않았다. 문대통령이 언급했던 바로 과거사와 역사문제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발목 잡고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가 그렇다.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지기는 커녕 긁어서 부스럼이 됐고,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 말대로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고 정의'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1965년 6월23일 박정희 대통령이 발표한 '한일회담 타결에 즈음한 특별담화문'을 가슴으로 정독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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