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우, 중앙동서 사진전 '1980~90년대 부산 거리 풍경'
문진우, 중앙동서 사진전 '1980~90년대 부산 거리 풍경'
  • 황인옥
  • 승인 2019.07.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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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낭만 격동도 없이
오직 소시민 자화상 포착
남포동 일대 거리 40여점
86년광복로아침
문진우 작 ‘86년 광복로 아침’

새벽장사를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아주머니 머리 위로 미명이 내리꽂힌다. 첫새벽인데 거리에는 부지런한 출근족들이 제법 많다. 후미진 골목의 극장 앞 풍경을 촬영한 사진에는 서늘한 기운마저 감돈다. 시네마극장이라고 쓰여진 글씨 옆에 19금 영화 간판 두 개가 나란히 걸렸다. 동시상영관인 모양인데 인적없는 극장 앞을 지키는 포장마차가 외로운 거리를 훈기로 채운다. 사진작가 문진우가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의 부산 광복동과 남포동 그리고 중앙동의 거리 풍경을 촬영한 사진들인데 왠지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너나없이 힘들었던 시절 소시민의 치열했던 삶이 사진 속에서 오롯이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작가가 “당시의 사회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았다”고 했다.

문진우 사진전이 갤러리 카페 F5.6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제목은 ‘남포동 블루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 사이의 부산 원도심인 남포동과 광복동, 중앙동을 촬영한 사진 40여점을 모았다.

문진우는 사진작가 이전에 부산매일신문 사진부 기자로 10년을 살았다. 현장성, 사실성, 기록성이라는 가치들이 그의 사진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사진기자라는 직업에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전시에 80~90년대 부산 원도심 사진들을 출품한 것이 신의 한수인지 모른다. 문진우스러운 사진세계가 이 시기의 사진들에 잘 포착되어 있어서다. 그는 평생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를 자처했다. 도심의 후미진 곳, 궁핍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내 관심은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에서 나타나는 인간성 상실과 그 속에서 소외되어 가는 아웃사이드들이었어요.”

문진우는 대한민국 현대사가 회오리쳤던 1970~80년대에 꽃청춘을 보냈다. 독재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과 그 저항을 무마하려는 70년대를 거쳐 강제로 정권을 찬탈한 또 다른 군사정권이 광주학살을 자행하던 80년대에 청춘기를 보냈다. 꽃청춘의 찬란함을 음미하기도 전에 세상의 어두움과 맞서야 했던 시기였다. “시대가 낮은 곳에 시선을 둘 수밖에 없게 했죠.”

남포동과 광복동의 80년대는 젊은 청춘들의 낭만으로 넘실댔다. 통기타와 막걸리의 낭만이 격변하는 시대의 공기와 대결하며 역사가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문지우의 사진에는 낭만도 혼란도 격동도 보이지 않는다. 도심 속 소시민의 우울한 자화상만 가득하다. 특히 소시민과 애로영화 간판을 한 화면에 구성하며 시대의 아이러니를 담아내려 했다. “군부가 국민을 우매하게 만들기 위해 3S(Sex, Screen. Sports) 정책을 펼치던 시대였죠. 그 시대상을 담아내려 했어요.”

카메라를 메고 다닌지 어언 40여년.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주로 찍었지만 일본의 현해탄을 오갔던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프로젝트 사진도 20년을 촬영했다. 그리고 낙동강하구 델타지역 등 철거지역과 재개발지역도 담았다. 최근에는 사라져가는 소외계층들의 보금자리인 달동네를 헤매고 다닌다. 소외계층에 대한 진한 애정과 사라져가는 삶의 편린을 기억하고자 하는 기록에 애착 등 그가 40여년 동안 추구했던 가치들이 사진에 알알이 박혔다.

“저는 작품을 찍으려 하지 않아요. 그냥 사진이 좋아 셔터를 눌러요. 내 결과물을 알아주지 않아도 좋고, 알아주면 더 좋겠지만 훗날 내가 기록한 자료들이 부산의 역사적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그가 담아낸 역사 속 남포동과 광복동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보는 이번 전시는 8월 31일까지.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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