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 , 미래의 기술은 텅 빈 내 마음을 알아줄까요?
영화 ‘조’ , 미래의 기술은 텅 빈 내 마음을 알아줄까요?
  • 배수경
  • 승인 2019.07.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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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인간의 로맨스를 다룬 ‘조’
자신을 만든 인간을 사랑한 ‘조’
그녀의 감정도 설계된 것일까
기계의 확률에 의존하는 연애
약물의 힘을 빌린 일시적 사랑
사람 사이 ‘관계’에 대한 의문
조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로봇은 감정없이 프로그래밍 된대로 행동을 하는 존재다.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에이 아이(A.I)’에서는 인간의 외모를 갖추고 감정을 가진 로봇 데이빗이 등장한다. 데이빗은 친아들이 불치병에 걸린 스윈튼 부부의 집으로 입양되지만 친아들이 집으로 돌아오자 결국은 버림받고 만다. 데이빗은 사람을 대신할 대용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데이빗은 진짜 사람이 되기 위해 피노키오 동화 속 요정을 찾아나선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조’는 조금 더 진화된 로봇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조' 역할의 레아 세나두
'조' 역할의 레아 세나두

그리 멀지않은 가까운 미래, 확률에 근거해 사랑의 성공을 예측해주는 관계연구소에 근무하는 조(레아 세나두)는 함께 일하는 콜(이완 맥그리거)를 사랑하고 있다. 어느날 프로그램을 통해 콜과의 연애성공률을 예측해보지만 결과는 뜻밖에도 0%. 실망하는 그녀에게 콜이 전해준 놀라운 사실은 바로 그녀가 ‘로봇’이라는 것.

사전지식 없이 영화를 보러 간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조와 함께 놀랄만큼 외견상으로는 그녀가 로봇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가 없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영화 한편이 있다. 컴퓨터 운영체계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등장하는 영화 ‘그녀(Her)’. 그리고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사랑한 그리스 신화 속 조각가 피그말리온도 슬며시 떠오른다.

목소리만 존재하는 ‘사만다’, 그리고 생명력이 없는 조각과는 달리 실체가 존재하는 ‘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다르게 전개된다. 로봇이라는 편견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라면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인간의 감정을 느끼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도 큰 문제가 없을듯 보인다. 그렇지만 문제는 ‘조’를 만든 것이 ‘콜’이고 그는 그녀가 로봇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분명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에게 빠져든다. 뜻밖의 사고가 있기 전까지는... 여러 사람의 기억으로 프로그래밍된 ‘조’, 이 사랑은 ‘콜’에 의해 설계된 것일까?

영화 속에서는 첫 만남의 설렘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베니솔’이라는 약물이 나온다. 흔히 ‘비아그라’로 통칭되는 약이 기능적인 면에서 사랑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베니솔’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여 몸이 반응하도록 이끈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의 강력하고 황홀했던 느낌을 일시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약물은 사람들에게 득이 될까? 아니면 해가 될까? 원래 개발의도야 어찌되었든 이 약의 시판은 일시적인 관계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도록 만들고 그 관계의 끝에서 남는 것은 지독한 외로움 뿐이다.

첫 시작은 달콤하고 강력하지만 결국은 약이 아니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게 되는 사람들, 그들은 점점 피폐해질 뿐이다.

결국 영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뿐 아니라 사람을 쏙 빼닮고 사람의 감성을 가진 로봇과의 관계까지 포함시킬 수 있는 지는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던져질 질문인지도 모른다.

서로의 감정보다는 기계가 확률로 보여주는 연애성공률에 의존하는 사회, 약물에 의존한 일회성 사랑을 탐닉하는 사회에서 과연 기술은 얼마나 마음 속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을까?

로봇과 인간의 사랑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미래의 사회는 인간의 감정보다는 첨단 기술에 의지하는 쪽으로 흘러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러 온다.

무거운 생각과는 별개로 영상과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자신이 로봇인줄 모르고 인간을 사랑한 조가 겪는 혼란과 좌절을 레아 세나두는 완벽하게 연기한다. 이 영화는 프랑스 배우인 그녀가 영어로 모든 대사를 한 첫 번째 주연작이기도 하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동성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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