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첫 비상 - 떨어져야 날 수 있다
새들의 첫 비상 - 떨어져야 날 수 있다
  • 승인 2019.07.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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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새가 이 세상에 태어나 완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는 날아오르는 것입니다. 아니 이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생애(生涯) 과업(課業)입니다.

날아야만 먹이를 구하러 갈 수 있고, 날아야만 비로소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됩니다. 둥지 속에서 온갖 어려움을 참고 기다린 것은 온전히 날아오르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새들은 태초에 파충류였던 시절에도 날아오르기 위한 꿈을 품어왔고 또한 인고(忍苦)의 세월을 이겨낸 끝에 비로소 날아올랐습니다. 이처럼 날아올라야 비로소 완전체(完全體)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날기 직전의 새들은 어떠한 감정(感情)에 휩싸이게 될까요?

둥지에서 나뭇가지로 기어 나와 날개를 퍼덕여 봅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날개를 퍼덕이다가는 다시 둥지에 들어갑니다. 이제 둥지는 비좁기만 합니다. 어릴 때에는 부모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담뿍 잠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 무렵 제법 커진 새끼들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해 앞가슴으로 온전히 바람을 맞이합니다.

‘으음, 이게 무슨 향기냐? 어느 곳에서 어린 냉이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것 같구나. 지렁이 냄새도 함께 묻어오는 구나. 우리의 성찬(盛饌)!’

어린 새들은 바람 속에서 온갖 정보를 다 찾아냅니다. 그리고는 이 바람을 이용하여 날아오를 준비를 하게 됩니다.

어미들은 이러한 새끼들에게 보란 듯이 바람을 향해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미도 어린 시절 설렘을 안고 날아올랐던 생각을 하며 시범을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 오뉴월 앞 냇가 포플러 숲에 가보면 어쩌다가 한 번씩 어린 까치가 떨어져 깟깟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아기까치는 아마도 날아오르려다 그만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사람이 다가가면 더욱 애타게 깟깟거리며 퍼덕입니다.

이럴 때 붙잡아서 둥지에 넣어주면 좋으련만 둥지는 너무 높아서 넣어줄 수 없습니다. 간신히 잡아서 나뭇가지에 올려주면 금방 뛰어내려 도망을 칩니다.

하는 수 없이 멀리감치 물러나 지켜봅니다. 그러면 어미가 날아와 안간힘을 씁니다. 그러나 어미도 이미 다 커버린 새끼를 물어 올리지 못합니다. 새끼는 도리어 어미마저도 적으로 간주하고 퍼덕이는 것 같습니다.

그 뒤의 일은 알 수 없습니다. 곧 해가 지니 소년은 집으로 돌아와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튿날 다시 가 봅니다. 어린 까치는 대개 사라지고 없습니다.

‘밤새 날아올랐을 거야.’

이렇게 중얼거리며 위안을 삼아보지만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순간 소년은 깨닫습니다.

‘그래, 모든 새들은 떨어지면서 날아오른다.’

아무리 날개가 튼튼하다 하더라도 처음으로 날아오르려면 둥지에서 뛰어내려야만 합니다. 그 순간 몸둥이는 반드시 아래로 떨어져 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긴박한 순간 새들은 날개를 더욱 세게 저어서 바람의 부력(浮力)과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그 첫 순간 어린 새들은 실로 엄청난 불안감과 절망감을 맛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익숙해질 때까지는 정말로 여러 번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낭패감을 맛보아야만 비로소 여유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야만 해복해진다.’

‘여름이 와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우니 여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반어법(反語法)이 새들의 세계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가 난다는 것은 곧 떨어지는 것이다. 떨어져야만 날 수 있다.’

그렇습니다. 냇가 흙벽 구멍에서 자란 비오리나 원앙새들은 냇물로 가기 위해 자신의 키 보다 수십 배도 더 되는 낭떠러지를 여지없이 뛰어내립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있는 냇물을 찾아가 헤엄치는 법을 배웁니다.

이는 마치 한 청년이 비로소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과 비유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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