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들 수차례 관련 항의
“업주 찾아가도 무시하기 일쑤”
속보= 대구 남구의 한 스크린 골프장에 불을 낸 50대 남성이 전신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받던 중 숨졌다.
18일 대구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골프장 인근 주민 A(57)씨는 지난 17일 오후 6시 50분께 건물 2층 골프장 카운터와 1층 주차장에 준비해 간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불로 A씨와 골프장 업주 부부가 온몸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치료를 받다 18일 오전 숨졌으며 업주 B(53)씨와 부인 C(여·50)씨는 중태에 빠진 상황이다. C씨는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2층 골프장 출입구 카운터 부근에서 시작돼 건물 일부를 태워 소방서 추산 5천500만 원가량의 피해를 내고 10여 분 만에 꺼졌다.
경찰은 A씨가 평소 골프장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업주와 갈등을 겪다 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골프장 바로 옆 A씨의 자택에서 발견한 유서에는 ‘조용한 주택가에 골프장이 생기면서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골프장 주변 주민들은 골프장에 수차례 소음 관련 항의를 해왔다. 20년 이상 동네에 거주한 A씨는 지난 2013년 7월 B씨가 골프장 영업을 시작하면서 소음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이웃 주민 오경주(65·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A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사람이었는데 골프장이 생기면서 주변에 소음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곤 했다”며 “나를 포함한 다른 이웃 주민들과 함께 업주를 찾아가도 (업주는)항상 적당히 대답만 하고 무시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동감식팀을 꾸려 18일 오전 방화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화 물질 등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A씨가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인화성 물질의 성분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