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아버지
<좋은시를 찾아서> 아버지
  • 승인 2010.03.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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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

술 취한
자전거가 온다.

기름에 절은
까만 작업복이,
알코올 밴
내 아비의 노래가
달빛 아래
일상의 그림을 그린다.

비릿한 쇳덩이는
아비의 척추를 쪼개고
술기운으로 들어 올리던
공구들은
기어코 간까지
먹었다.

살아생전 아프다던
뼈와 근육은
혹처럼 불거지고
진통제 없인
의식조차 잠들지 못했다.

술 냄새 나던
아비의 재를
바다에 누이고

나도 소주를 마셨다.

부끄럽기만 하던
술 취한
자전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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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대구産, 08년 낙동강문학 신인 최우수상수상,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현) 대구과학대 교수

이 땅의 모든 아비들은 과묵하다. 가장의 굴레를 짊어지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때론 자신의 육체를 혹사하기도 한다. 어미의 자상함에 자식들은 한없는 사랑과 그리움을 살아 인식하지만, 아비의 정은 그가 사라지고 난 뒤에 절절히 느껴진다. 부끄러워 외면하던 그 초라한 모습조차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이라 생각하면 자식은 살아가며 가슴이 에인다.

해설: 김연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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